조선향 후판 협상 원점으로...'동결'부터 다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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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6-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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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사 간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최근 시작됐다. 철강업계는 전향적인 태도로 후판 가격 동결부터 조선사와 협의하기로 했다. 

철광석 가격은 6월 들어 t당 140달러를 넘어가면서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지만 조선사를 비롯한 국내 산업계 전반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은 겪는 만큼 한발 물러서겠다는 태도다.
 
◆ 한발 양보한 철강업계···유통용 낮추고, 조선용 동결 검토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 들어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와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재개했다.

철강업계는 상반기 t당 10만원 수준의 인상을 요구했으며, 조선업계는 가격 인하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하반기 협상에서는 철강업계가 조선업계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동결부터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조선용 후판 가격이 2020년 t당 60만원대에서 지난해 하반기 t당 11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으며, 조선 3사가 추가 인상분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건설업계 등에 판매되는 유통용 철강제품 가격도 인하해 왔다. 지난 5월 6일 기준 t당 123만원이었던 유통용 철근 가격은 지난 10일 120만5000원까지 내려갔다. 유통용 열연(SS275) 가격은 4월 중순 t당 14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달 들어 126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분기 평균 철광석 가격은 1분기 t당 140.78달러에서 2분기(6월 15일까지) 142.95달러로 뛰었음에도 제품 가격은 낮춘 것이다. 협상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동결 또는 최소 인상으로 결론지을 것이라고 두 업계는 전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양보한다는 취지에서 후판 가격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동결되면 2분기 1조원대 이익···조선사 부채비율 안정화 기대

두 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이 동결로 마무리된다면 조선업계는 올해를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앞서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분을 예상해 각 사마다 1000억~4000억원 수준을 1분기 재무제표에 적용했다. 3사가 선반영한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 후판 가격마저 인상된다면 재무건전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조선 3사 부채비율은 △한국조선해양 129.62% △대우조선해양 523.16% △삼성중공업 204.61%로 집계됐다. 앞서 산업은행은 국내 조선사에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유지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는데, 한국조선해양을 제외한 2개 조선사 부채비율이 이를 넘어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합병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기 전까지는 재무 건전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유상증자, 올해 드릴십 매각 등을 진행했음에도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끌어내리지 못했다.

여기에 추가로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분이 재무제표에 반영된다면 수주한 배를 만들어보기도 전에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역대급 수주를 기록했음에도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했다.

후판 가격 협상이 동결로 마무리되면 하반기 조선 3사는 1조원 정도의 재무제표 상 이득을 보게 된다. 이미 2026년까지 건조할 물량을 수주한 만큼 조선 3사는 추가 수주보다는 원자재 가격 방어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장사 잘하고 있음에도 과거 싸게 수주한 배들 때문에 신규 수주 물량을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망할 위기였다”며 “후판 가격만 안정된다면 올해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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