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아파트 공사] 총파업 종료에도 겹겹이 악재...서울 신축 현장 잇달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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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6-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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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8일째를 맞은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잇달아 멈춰 서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 총파업 상황이 8일 만에 종료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건자잿값 급등 여파와 장마철을 앞두고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잇달아 멈춰 선 서울 아파트 신축 현장
 
1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남구 개포1동 주공아파트(개포주공1)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등의 재건축 공사 현장이 중단했다.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의 전날 공지에 따르면 단지는 최근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인한 레미콘 수급 문제로 전주부터 골조와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중단했다. 기존에 공사를 마친 22층 이상에 대한 공정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선 자재 수급 영향이 없는 창호 설치와 내부 전기 설비 등의 작업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은 레미콘과 관련된 일부 공정이 차질을 빚을 뿐 완전히 공사가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리 확보한 자재를 활용해 공정을 조정하는 등 전체 공사 진행도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지는 내년 8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완공 시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총 2990가구로 탈바꿈한다.
 
같은 날 개포주공1 재건축 조합 역시 조합원 공지를 통해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철근과 콘크리트, 벽돌, 블록 등의 반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생산도 중지됐다"면서 "지난주 목요일(9일)부터 현장 내 관련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 측은 이어 "파업이 종결되더라도 생산 재개에 시간이 소요되나 입주 시기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시공사와 협의해 내부공사에 치중하는 것으로 공기에 지장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개포로 310 일원에 지하 4층~지상 35층 74개 동, 6702가구 규모의 아파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를 짓는 재건축 사업으로, 입주는 2024년 1월 예정이다.
 
레미콘 수급 부족 상황으로 이들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뿐 아니라 서울 곳곳의 신축 현장의 골조 공사 역시 멈춰선 상태다. 대표적으로 은평구 수색동 일대의 'SK뷰 아이파크포레'(1464가구), 'DMC 파인시티자이'(1223가구), 'DMC 아트포레자이'(672가구), 중구 입정동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생활숙박시설 756실) 등이다.
 
◆8일만 총파업 종료…"장기화 피했다" 한숨 돌려
 
한편 업계는 전날 밤 화물연대와 정부의 협상 타결로 총파업 상황이 장기화를 피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지 8일, 5번째 교섭만이다. 이에 따라 화물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물류 대란으로 몸살을 앓은 산업계 곳곳이 정상화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평상시 대비 시멘트 출하량은 90% 이상 급감하면서 총 81만 톤의 시멘트가 건설 현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수도권 레미콘 공급의 다수를 책임지고 있는 유진기업과 삼표산업 역시 각각 20개와 17개의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등은 이 여파로 전국 3000여 개 주거시설 공사 현장의 60%가량인 2000여 개 사업장에서 이번 주 중 골조 작업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 협상으로 화물노조 파업이 초기에 종료하며 입주나 분양 일정이 지연하는 사태는 피할 것으로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현장에 일부 영향을 끼쳤으나 심각하지는 않다"라면서 "골조 공사 등이 중지하는 동안 다른 공종을 진행하는 한편, 공사 계획 수립 당시에도 일정 수준의 공기 연장을 산정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영향은 충분히 복구가 가능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공사비 증액 요구·장마까지 겹겹이 악재…시선은 다시 정부로
 
철근과 콘크리트 등 건자재 가격 상승세가 여전한 것은 또 다른 불안 요소다. 공사 현장에선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곳곳에서 철근·콘크리트 분야 하도급 건설사들이 작업 거부를 시사하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13일에는 골조 공사 전문업체 단체인 철근·콘크리트 서울·경인·인천 사용자 연합회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공문을 원도급 건설사 83곳에 보냈다. 연합회는 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공사비가 제때 증액되지 않아 회원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하며 최후의 수단인 '셧다운(공사 중단)' 카드까지 꺼냈다. 다음 달 6일까지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거나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 그다음 주부터 공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연합회 회원사가 골조 공사를 맡은 수도권 건설 현장은 406곳에 이른다.
 
계절적으로도 콘크리트 타설이 어려운 장마철이 다가오는 것 역시 공기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마철은 매년 반복되는 만큼 각 시공사는 공기 산정 과정에 이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반영한다. 다만 앞서 건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상황과 8일간의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영향이 겹치며 연쇄적인 공기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며 공사가 차질을 빚는다면 최악의 경우 종전의 입주 기한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평년 장마 기간을 6월 19일(제주도)에 시작해 7월 26일(중부지방)에 끝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이 포함한 중부지방의 경우 평년 6월 25일에서 7월 26일까지 31.5일, 강수일수는 17.7일로 집계된다.
 
이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현실화 문제는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향후 각 단지의 분양가 조정 정도에 달려있다"면서 "예년 수준의 장마 기간이라면 이미 공기 산정 과정에 반영했기에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결국 장마철이 통상적인 기간보다 길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향후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의 시선은 다시 정부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분양가 상한제 개편을 비롯한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철근과 레미콘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황을 고려해 건설자재비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본형 건축비 인상과 가산비 항목 추가 등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특별 점검반이 장마철에 대비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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