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명이나물과 울릉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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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2-06-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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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울릉도 명물인 '명이나물' 뜻을 아세요? '나물을 먹고 명을 이어갔다'는 의미입니다. 너무 먹을 게 없어서 산에서 풀을 뜯어 먹으면서도 섬을 떠나지 못했던 주민들의 애환이 담겨있죠. 이런 울릉도에 공항이 생기고, 땅값이 폭등하면서 물가가 2~3배 올랐습니다. 공항은 도민들의 열망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운 것도 사실이죠."

인구 9000명이 안 되는 작은 섬, 울릉도. 2026년 1월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울릉도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최근 방문한 울릉도에는 공항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이 감돌았다. 한 도민은 "공항건설산업으로 온 섬이 떠들썩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게 치솟는 땅값과 개발압력에 두렵다"면서 "공항이 들어오면서 도동은 땅값이 3.3㎡(평)당 3000만~3500만원대에 육박했고, 하룻밤에 1000만원짜리 고급 호텔도 들어왔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도민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공항으로 인한 변화를 섬마을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모든 점에서 갈 길이 멀다. 국토부는 울릉항공 수요를 2035년 94만명, 2050년이면 111만명으로 예측한다. 울릉군에 따르면 도내 호텔급 숙박업소는 총 5곳으로 수용 가능한 인구는 다 합쳐도 978명에 불과하다.
 
호스텔(13곳), 펜션(10곳), 여관(77곳), 민박(134곳) 등은 수용인원이나 객실 수가 적고, 관광객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 모든 먹거리를 육지에서 수급해야 하다 보니 물가 자체도 육지에 비해 턱없이 비싸고, 관광 콘텐츠 역시 매우 빈약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늘 발생하는 환경적인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이용객이 급증하면 쓰레기와 생활하수 등이 제때 처리되지 못해 바다로 흘러간다. 브레이크 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난개발에 대한 압력, 마을의 정체성을 모르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다수 유입되는 것도 문제다.
 
수백년간 섬에서 살아온 도민들의 '삶의 기록'이 빠진 울릉도는 사람들이 원하는 관광자원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울릉공항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울릉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이 돼야 한다.

울릉도는 매년 40만명 가까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다. 코로나19로 여행업이 얼어붙은 지난해에도 울릉도는 20만명이 찾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렌터카, 숙박 등 상업성으로 도배된 제주공항의 난개발을 보면서 가슴이 참 아팠다"면서 "지금도 개발압력이 높지만 울릉공항은 절대 그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정책 결정자의 의지가 끝까지 지켜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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