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완화 실효성] 한쪽에선 풀고, 다른 쪽에선 금리인상…무주택 서민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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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6-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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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한선은 이미 7%대로 치솟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초강력 긴축 체제에 따라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내 집 마련을 꿈꿨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한숨만 내쉬는 이유다.
 
20대 맞벌이, 연봉 3000만원 이하라도 6억 대출

지난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새 정부 가계대출 관리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방안’을 통해 올해 3분기(7~9월)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까지 확대하고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시행한다. 대출부터 만기시점까지 각 연령대별 소득 흐름의 평균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설정하도록 했다.
 
20대는 향후 30년간 벌어들일 소득을 감안해 현재 연봉보다 30~50% 높은 수준에서 DSR를 적용받는다. 20~24세는 현재 연봉보다 51.6%, 25~29세의 경우 31.4% 더 많이 받는다고 가정해 DSR를 계산한다. 30~34세는 현 연봉보다 17.7%를, 35~39세는 현 연봉보다 5.3% 높다고 가정한다.
 
7억5000만원 이상의 주택 구매 계획이 있으며 연봉은 5700만원인 20대 초반(20~24세)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금융위가 제시한 산식을 적용하면, 미래소득을 감안한 연봉은 8641만원이다. 이렇게 되면 6억원을 빌려도 DSR 40%를 넘지 않으므로 주담대 최대한도인 6억원까지 빌릴 수 있게 된다. LTV는 80%, 최근(4월) 예금은행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약 4.0%로 계산했다.
 
20대 중후반부터는 더 많이 벌어야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25~29세의 경우 연봉 6600만원을 넘으면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30대부터는 30년 만기로 주담대를 받더라도, 연봉계산시 만기 20년을 가정하게 된다. 이 경우 30대 초반(30~34세)은 연봉이 7300만원을 넘어설 경우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35~39세는 8200만원 넘게 벌어야 한다.
 
특히 부부는 주담대 DSR 적용 시 부부합산 소득을 따른다. 30대 초반 부부의 경우 각각 연봉이 3650만원을 넘으면 6억원까지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상당수 맞벌이 부부들은 6억원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완화된 DSR와 LTV를 적용받게 되면 최대 6억원까지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화하면 뭐하나···13년 만에 주담대 7% 돌파

지난 16일 서울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무주택 서민들 사이에선 대출 금리가 고공행진하는 현 상황 속 완화된 대출 정책은 ‘무용지물’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2009년 이후 13년 만에 7%를 돌파했다.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 연내 주담대 고정형 금리가 8%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기준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아파트론’ 5년 혼합형 기본금리는 연 5.45~7.15%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5.4~7.1%였는데, 하루 만에 금리 상하단이 0.05%포인트 뛰었다. 하루 새 주담대 고정금리가 오른 것은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16일 기준 금융채 5년물 금리는 4.116%에 마감했다.
 
당분간 주담대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은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금융채 금리 역시 따라 오르면서 결과적으로 주담대 금리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해 최대 1%포인트가 더 오른다고 가정할 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하지 않으면 연내 주담대 금리가 8%를 넘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오르는 주담대 금리에 이미 주택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8로 지난주(89.4)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3월 대선 이후 상승세를 타며 기준선에 근접하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꺾이기 시작해 이번주까지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시장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3% 하락해 3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고, 낙폭도 지난주(-0.01%)보다 커졌다.
 
매매수급지수는 서울 5대 권역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도심권(88.4)과 동북권(84.3)은 지난주보다 지수가 각각 1.0포인트 하락했고, 서북권도 82.8로 0.5포인트 떨어졌다. 강남권(94.5)과 서남권(91.7)은 지수가 90을 넘었지만 지난주보다는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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