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숙원' 납품단가연동제 첫발 뗐다…이영 "도입 마침표 찍겠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재형, 김경은 기자
입력 2022-06-18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중기부, 연동제TF 대·중소기업 회의

  • 이 장관 "상생협력법 개정해 법제화"

  • 재계 반대 목소리·공정위 입장 촉각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월 17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계의 숙원사업인 납품단가 연동제(이하 연동제) 도입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에 반영해주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중소기업과 함께 연동제 문제를 해결할 첫 회의를 열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14년째 공전 중인 연동제 도입 논의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연동제를 시범 운영하기로 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지부진했던 연동제 도입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 이영 중기부 장관 “연동제 도입 논의 마침표 찍겠다”
“14년의 논의 과정을 진일보시킬 수 있도록 연동제의 마침표를 찍겠다.” 이 장관은 17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본관에서 열린 연동제 태스크포스(TF) 대·중소기업 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이 장관은 “중기부는 연동제 도입에 앞장서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기부 연구 용역을 통해 납품단가 연동 조항을 포함한 표준약정서와 가이드를 작성·보급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하반기에는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해보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생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장관은 “대기업 없이 중소기업이 잘될 수 있느냐. 양측은 운명공동체”라며 “상생, 협력, 동반이 수반되지 않은 연동제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 “원자재 가격 급등 직격탄…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회의에는 레미콘, 철강, 플라스틱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여해 업계의 현황과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LG전자 등 대기업의 참석자들은 자체적으로 협력업체들과 실행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 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배조웅 국민레미콘 대표는 “지난 2월부터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해 적자 상태에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공장을 돌려왔다”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이어 레미콘 운반 사업자들도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3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홍성규 진영전선 대표는 “알루미늄, 컴파운드, 목재, 철강이 전선에 다 들어가는 재료인데 모든 원자재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며 “연동제가 민간 시장에서는 힘의 논리로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강진 삼정엘리베이터 대표는 “기름값도 오르고 원자재 중 철자재가 1kg당 28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랐다”며 “하지만 납품단가가 반영이 안 돼 일할 수 없는 상황인데 거래가 끊길까 봐 (일을) 계속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공을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임영호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원자재 비중이 높은 품목에 대해 지속해 연동제를 실시하고 품목도 최대한 확대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수 LG전자 상무는 “원자재가 거의 45% 인상됐다”며 “LG전자는 지금도 연동제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원자재 연동에 맞춰 조정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대기업 측에서는 연동제가 적용 가능한 품목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중소기업 67% “연동제 필요”…55%는 법제화 목소리
연동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도입이 논의됐다. 하지만 시장원리 훼손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대안으로 2009년 마련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도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조정협의 신청을 기피해 유명무실해졌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연동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원재료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47.6%가 오른 반면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의 67.0%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으로 연동제를 꼽았다. 19.6%는 ‘기업간 자율협의’, 11.5%는 ‘조정협의제도’라고 답했다. 기업 55%는 법제화를 통해 연동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업 간 자율로 연동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3%에 그쳤다.
 
자율조정만으로는 불공정 관행 근절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큰 틀에서의 연동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尹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연동제 도입될까
 
윤석열 정부는 16일 올 하반기 연동제 시범 운영 등을 담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당론 1호 법안’으로 연동제를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연동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4일 중기중앙회를 방문해 “연동제 도입을 위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 김경민 의원은 지난해 11월 연동제 도입을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안과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연동제 입법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연동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납품단가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동제 도입 시 대기업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국내 중소업체와 거래를 끊고 해외 업체와 손을 잡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공존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일 공개한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기부가 개최한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에는 5개 대기업이 참석했는데 이들 기업은 과거부터 연동제를 실시하기 위해 노력해온 기업이다. 중기부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여러 기업 측에 연동제 관련 회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대체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도급법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연동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다.
 
중소기업계는 연동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연동제 도입은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고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법률 발의가 되고 있다”며 “중소기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조속히 제도가 도입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