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패트릭, 베테랑 캐디와 메이저 무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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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2-06-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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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츠패트릭·캐디 포스터 US오픈 우승 합작

  • 김주형은 한국 선수 최고인 23위…현지 매체 관심

US오픈 우승을 확정 짓고 환호하는 캐디 빌리 포스터(왼쪽)와 매슈 피츠패트릭(오른쪽). [사진=UPI·연합뉴스]

6월 20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의 더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제122회 US오픈(총상금 1750만 달러) 4라운드 18번 홀(파4). 한 타 뒤지던 윌 잴러토리스의 4.2m 퍼트가 홀을 외면하고 만다.

274타(6언더파)를 때린 잉글랜드의 매슈 피츠패트릭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피츠패트릭의 캐디인 빌리 포스터는 고개를 떨군다. 라이더컵 9회 등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베 바예스테로스, 토마스 비욘, 리 웨스트우드 등 걸출한 스타들의 백을 메왔지만, 메이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떨군 채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포스터를 피츠패트릭이 다가가 안아줬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다. 포스터는 눈물을 훔치고 깃대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18'이라는 숫자가 적힌 붉은색 US오픈 깃발에 입을 맞췄다. 조심스럽게 깃대에서 깃발을 제거했다. 처음으로 손에 쥔 메이저 깃발이다.

캐디만큼 피츠패트릭에게도 이번 우승은 극적이다. 피츠패트릭은 2015~2016시즌부터 이번(2021~2022) 시즌까지 꾸준하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 월드(현 유러피언) 투어를 병행했다. 

DP 월드 투어에서는 7승을 거뒀지만, PGA 투어는 무관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회 전까지 14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 11회를 기반으로 상위 25위 9회, 상위 10위 7회 안착했다. 최고 순위는 웰스 파고 챔피언십 공동 2위였다.

PGA 투어 우승에 대한 갈망은 쌓여만 갔다. 그러던 중 US오픈에 출전한다. 대회장(더 컨트리클럽)은 친숙했다. 2013년 US 아마추어를 우승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9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신분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바뀌었다.
 

US오픈 로고 앞에서 우승으로 가는 라인을 읽는 매슈 피츠패트릭. [사진=AP·연합뉴스]

◆ 9년 만에 찾은 코스, 무난했던 1·2라운드

US오픈 1라운드, 아웃 코스(1번 홀) 방향으로 출발한 피츠패트릭은 5·8·9번 홀에서 거푸 버디를 잡았다. 후반에는 좀 허우적거렸다. 11번 홀 보기, 12번 홀 버디, 15번 홀 보기, 17번 홀 버디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았다. 마지막 홀인 18번 홀에서는 보기를 적었다. 68타(2언더파).

비거리는 300야드(274m). 페어웨이 안착률 71%, 그린 적중률 50%를 기록했다. 홀당 퍼트 수는 1.39개로 양호했다.

2라운드는 인 코스(10번 홀) 방향으로 출발했다. 11번 홀 또다시 보기가 나왔다. 12번 홀은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만회했다. 전날 보기를 했던 15번 홀은 버디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아웃 코스가 피츠패트릭을 외면했다. 2~4번 홀 거푸 보기가 나왔다. 5·8번 홀 간신히 버디로 막았다. 70타(이븐파). 하루를 마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비거리(289m)와 그린 적중률(78%)은 높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57%)과 홀당 퍼트 수(1.83개)는 낮았다.


◆ 통과자들 흔들릴 때 중심 잡고 버틴 피츠패트릭

2라운드 결과 6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3라운드와 4라운드는 아웃 코스로 출발했다. 3라운드는 깃대 위치 등 코스 세팅이 까다로웠다. 64명 중 7명 만이 언더파를 기록했고, 3명이 이븐파를 기록했다. 나머지 54명은 모두 오버파다.

피츠패트릭은 1번 홀 보기를 범했지만, 5·8번 홀 버디로 만회했다. 10번 홀 또다시 보기로 스코어 카드(기록표)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14·15·17번 홀 버디로 힘을 냈다. 18번 홀은 또다시 보기다. 사흘 동안 18번 홀에서 기록한 두 번째 보기. 벙커가 입을 벌리고 지독하게 피츠패트릭을 괴롭혔다. 68타(2언더파).

통계치는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였다. 비거리는 318야드(290m), 페어웨이 안착률 71%, 그린 적중률 67%,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61개다. 사흘 합계 206타(4언더파)를 쌓았다.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US 오픈 우승컵을 번쩍 든 매슈 피츠패트릭. [사진=AP·연합뉴스]

◆ 4라운드는 3파전, 결국 마지막 미소는 피츠패트릭의 것

지난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등으로 이번 시즌 대세라 불리는 스코티 셰플러가 추격을 시작했다. 1·2·4·6번 홀 불같이 점수를 줄였다. 순식간에 순위표를 뛰어올라 선두권에 눌러앉았다.

잴러토리스와 피츠패트릭의 싸움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셰플러가 참전한 것이다.

피츠패트릭은 3·5번 홀 버디를 기록했으나, 6번 홀 보기를 범했다. 만회한 것은 8번 홀이다.

피츠패트릭은 나흘 내내 5번 홀과 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70타 이하를 유지한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잴러토리스는 흔들리다가 중심을 잡았다. 2·3번 홀 보기를 6·7·9번 홀 버디로 막았다.

후반 9홀은 종잡을 수 없었다. 피츠패트릭과 셰플러가 10·11번 홀 보기로 추락했다. 잴러토리스는 11번 홀 버디로 상승했다.

이렇게 잴러토리스가 우승하나 싶었다. 12번 홀부터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잴러토리스는 12·15번 홀 보기를 범했다. 반대로 피츠패트릭은 13·15번 홀 버디를 기록했다.

셰플러는 12~16번 홀 내내 파로 답답했다. 추격의 불씨는 너무 늦게 나왔다. 17번 홀 버디, 18번 홀 파로 추격을 마쳐야 했다.

18번 홀 티잉 구역에 피츠패트릭과 잴러토리스가 올랐다. 피츠패트릭이 티샷한 공이 좌측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대회 내내 끝없이 괴롭히던 벙커다.

캐디와 상의했다.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압박을 버티고 직접 깃대를 노렸다. 높이 날아간 공은 깃대와 5.4m 거리에 안착했다.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파.

잴러토리스의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피츠패트릭의 우승이다.


◆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

생애 첫 PGA 투어 우승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에서 달성했다. PGA 투어 1승, DP 월드 투어 7승으로 커리어 통산 8승을 쌓았다.

우승 상금으로는 315만 달러(약 40억7000만원)를 받았다. 같은 코스에서 열린 두 가지(2013 US 아마추어, 2022 US 오픈) 미국골프협회(USGA)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피츠패트릭은 함께 메이저 무관을 탈출한 캐디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첫 승을 메이저로 해서 기분이 좋다. 그린을 100% 적중하면 우승할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비슷하게 끝난 것 같다. 18번 홀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갔다. 올 시즌 페어웨이 벙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캐디의 도움으로 좋은 샷을 할 수 있었고, 우승으로 이어졌다."

피츠패트릭의 말대로 그는 이날 그린 적중률 94%를 기록했다. 비거리 300야드(274m), 페어웨이 안착률 79% 등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린 위에서 퍼팅 중인 김주형. [사진=EPA·연합뉴스]

◆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 기록한 김주형

2라운드 결과 컷을 통과한 한국 선수는 두 명(김주형, 이경훈)이다. 김주형은 올해로 20세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아시안 투어를 정복하고 '아메리칸드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주형은 1라운드 72타(2오버파), 2라운드 68타(2언더파), 3라운드 73타(3오버파), 4라운드 70타(이븐파)로 합계 283타(3오버파) 단독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인상 깊은 순간은 3라운드 5번 홀 칩인 이글이다. 티잉 구역에서 264야드(241m)를 날려 보냈고, 53야드(48m) 어프로치를 단박에 홀에 넣었다.

김주형은 현지 매체 등의 관심을 받았다. 골프 채널과의 야외 인터뷰에서 김주형은 "엄청난 팬들이 이곳에 있다. 정말 큰 스포츠 도시다. 타이거 우즈를 보고 자랐다. 많은 메이저 대회 등에서 우승한 선수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처음 만났을 때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컷을 넘은 이경훈은 287타(7오버파) 공동 37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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