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에 만성적자 위기감 느꼈나…기업 광고 시작한 당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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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2-06-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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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단위 프랜차이즈 참여 '브랜드 프로필' 선보여

  • 대규모 기업 광고 거절했던 과거와 정반대 움직임

  • 7년 적자 깨기 위해 사업다각화 등 수익 개선 행보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사진=당근마켓]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이 광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에게도 광고의 문을 열었다. 지역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정체성 유지를 위해 비교적 규모가 있는 기업 광고는 거절했던 과거와 정반대 행보다. 2015년 출시 이후 7년째 이어진 적자 해소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유동성을 옥죄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급랭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최근 수익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전국 각지에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브랜드 프로필’을 선보였다. 브랜드 프로필은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의 기업용 계정이다. 기존 비즈프로필은 동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었다. 브랜드 프로필은 별도의 제휴를 통해 운영할 수 있다. 첫 프랜차이즈 광고 기업은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다. 첫 광고인 만큼 전국 매장에서 이용 가능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광고가 시작됐다.
 
◆ 가입자 수 3000만명 당근마켓, 프랜차이즈 광고 첫선
브랜드 프로필은 각 지역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한 채널인 만큼 3000만명의 당근마켓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로 노출된다. 당근마켓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800만명, 누적 가입자 수는 3000만명을 넘는다. 당근마켓은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2022년 4월 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데이터 조사 결과 6위를 기록했다.

커뮤니티 서비스 중에는 가장 높은 순위로 쿠팡(7위), 네이버 카페(8위), 밴드(9위)보다 앞섰다. 브랜드 프로필 사업을 총괄하는 문경원 당근마켓 실장은 “치킨, 베이커리, 카페 등 대표 프랜차이즈 업체와 협업을 확대해가며 이용자 혜택을 더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역 상인 중심의 광고 사업을 진행해온 당근마켓이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을 두고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의 정체성을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당근마켓의 유일한 수입원은 지역 광고였다. 개인 또는 업체가 원하는 지역에 광고를 게시하는 방식이다. 당근마켓은 그간 지역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정체성 유지를 위해 대기업 광고는 거절했다. 이 때문에 광고로 인한 매출도 크지 않았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사진=당근마켓]

◆ 7년째 적자…늘어나는 영업비용
당근마켓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에서 쿠팡과 네이버 카페 등 강자들은 제쳤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당근마켓 매출액은 2020년 118억원에서 지난해 25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한 해에만 중고거래 1억5500만건을 달성했다. 전국적인 이용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인 ‘유니콘 기업’ 반열에도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34억원에서 352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영업비용은 609억원으로 매출액(257억원)의 2배를 훌쩍 넘었다. 광고선전비로만 227억원을 썼다. 인건비도 매출액의 절반 수준인 160억원에 달했다.
 
◆ 사업 다각화·과금 기준 변화로 수익성 확보 포석
당근마켓은 지난해 20개에 가까운 상표를 출원했다. 올해는 당근여행, 당근게임, 당근예약, 당근라이브 등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들 상표 중 당근스토어와 당근쇼핑은 상품 직접 판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근머니와 당근캐시의 경우 올해 2월 선보인 간편송금·결제서비스인 당근페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근페이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월 대비 누적 가입자 수는 5.2배, 누적 송금 건수는 12.4배 증가했다. 당근페이는 별도 링크를 통하거나 계좌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판매자와의 채팅창에서 ‘송금하기’ 버튼을 누르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개인정보 노출과 별도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근마켓은 지난 2월 지역 광고 과금 기준을 ‘노출 횟수’에서 ‘클릭 수’로 변경했다. 이 역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기존에는 노출 수 기준으로 1회 노출 시 3~5원 수준으로 과금됐다. 현재는 광고 1회 클릭 시 100원으로 과금된다. 노출 횟수는 동일하다.
 

[사진=당근마켓]

◆ 인플레이션·금리인상에 얼어붙은 스타트업 투자 시장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외연 확장을 이룬 당근마켓이 수익 개선에 나선 것은 국내외 투자 열기가 식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기조 때문에 벤처·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얼어붙고 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 수와 인지도에 비해 투자 유치 금액이 크지 않은 편이다. 현재 시리즈D까지 총 2270억원을 투자받았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707억 달러(약 89조2900억원)로 전 분기(954억 달러) 대비 25.9% 줄었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도 최근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를 보면 지난달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7577억원이었다. 지난 4월 1조2489억원보다 39.3%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5월(1조1452억원)과 비교해서는 33.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부진 여파가 스타트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비교적 자금에 여유가 있는 투자사들도 보수적인 관점으로 전환하는 등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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