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취임한 이후 임기 보름여를 맞았다. 최근 증시와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검찰 출신 금감원장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원장은 취임 15일 동안 가상자산업계에 이어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과 첫 상견례를 갖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20일 은행 수장들 만난 이복현…"충당금 더 쌓고 보통주자본비율 개선하라" 당부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첫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국내 17개 은행장과 만난 이 원장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리스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도 경기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주식·채권·원화의 트리플 약세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위기 타개를 위해 가장 먼저 은행권의 건전성·유동성 등 이른바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 적립과 △핵심 흡수능력인 보통주자본비율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경제충격으로 인한 신용손실 확대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면서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으로 부도율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보다 보수적인 미래전망을 부도율에 반영, 잠재 신용위험을 고려해 충분한 충당금이 적립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외화유동성 관리’와 ‘가계부채’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이 원장은 외화유동성 수준이 국가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수출기업 등 실수요자 중심 자금 공급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가계부채가 시스템리스크로 현실화되지 않도록 DSR 규제 안착 등을 통해 대출 증가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리상승기 은행권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대출금리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돼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크다"면서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예대금리 산정체계 및 공시 개선안이 확정되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금융권 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대규모 횡령사건과 관련해서는 내부통제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조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한편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또한 현재 검사를 진행 중인 메리츠자산운용 존리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 대한 사모펀드 관련 재조사가 이뤄질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 이외에 다른 특이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취임 2주 만에 은행 수장과 상견례...위기 상황 속 이례적인 '발빠른 행보'

이 원장의 행보는 최근 금감원을 거쳐간 전임 원장들과 비교하더라도 비교적 빠른 모습으로 꼽힌다. '친시장 행보'로 눈길을 끌었던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작년 8월 취임 이후 수개월이 지난 같은해 11월 들어서야 업권별 연쇄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2018년 5월 첫 임기에 나서 3년 간 임기를 채운 윤석헌 전 원장도 취임 두 달여 만에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교감에 나선 바 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융시장을 둘러싼 위기의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지금 당장) 내부 인사나 조직개편보다는 위기 극복이나 업계와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제가 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이 내부 새판짜기를 위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 데 따른 답변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이 최근의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 복합적 위기 대응이 우선임을 강조하며 사실상 손사래를 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이 원장은 취임 후 첫 공식행보로 '가상자산(코인)'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관련업권 분위기가 바짝 곤두선 가운데 감독당국 수장이 직접 현안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제재 권한이 없는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이 원장의 현장 행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 확산이 금융시스템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민간의 자율성·창의성을 기반으로 더욱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민간 전문가 참여를 통한 자율규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의 현장 행보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 원장은 당장 이번주 목요일(23일) 금융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 연준(Fed)의 금리 상승과 물가 급등 움직임 속 올해 하반기 경제·금융시장을 전망하고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해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뒤이어 다음달까지 순차적으로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이복현 원장, 취임 초부터 적극적인 메시지 내며 시장과의 소통 ‘골몰’

이복현 원장 체제 금융감독 방향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시장을 향해서도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실제 지난주 이복현 원장 주재하에 열린 금감원 리스크점검회의에서는 단기금융시장 및 외화유동성, 부동산 금융, 취약계층 지원 및 손실흡수능력 등이 집중 점검, 각 부문별 구체적인 주문이 이어진 바 있다.

감독당국은 이 자리에서 "단기금융시장의 경우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결과를 토대로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에 대해 선제적 유동성 확충을 지도하려 한다"면서 "외환시장은 환율 상승 등 수급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ELS 마진콜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외화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토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은행업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금융' 리스크에 대해서도 적극 살핀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최근 크게 늘어난 비은행업권 해외 대체투자와 PF대출, 부동산 채무보증 등 부동산 익스포져의 손실발생 가능성에 대비하여 점검하고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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