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중국이 글로벌 인플레 습격 비껴간 다섯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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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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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조 위안 경기부양 후유증…'돈 풀기' 신중한 中

  • 돼지고기 가격 따라 움직이는 中 소비자물가

  • 민심 이반할라...물가 관리 주력하는 中공산당

  • 인플레 부담 덜어낸 中···추가 금리인하 예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여파에 따른 공급망 균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덮쳤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중국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습격에서 비껴가는 모습이다.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며 4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6개월래 최고 수준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를 겪는 미국(8.6%) 유로존(8.1%) 영국(9%) 등의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중국의 식품·에너지 가격 변동을 제외한 핵심 CPI는 지난달과 동일한 상승폭인 0.9%를 기록했다. 이로써 1~5월 중국의 CPI 누적 상승률은 1.5%, 정부 목표치인 3%보다 훨씬 낮다.

지난해 치솟았던 생산자물가도 진정세를 보이는 중이다. 5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4% 상승하며, 2021년 10월 최고점(13.5%)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발(發) 긴축 우려 속에서도 중국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완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최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서방국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요인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 
 
4조 위안 경기부양 후유증… ‘돈 풀기’ 신중한 中
"서방국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돈 찍어내기가 인플레를 초래했다."

중국 학자들은 미국·유럽 등 서방국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례없이 돈을 푼 게 글로벌 인플레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보유 자산은 8조9000억 달러로, 코로나19 이후 2년 새 두 배로 불어났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의 돈을 푸는 초대형 부양책을 시행했다가 부채 급증, 집값 폭등 등 후유증을 겪었던 중국은 이번에 코로나19로 경제가 직격탄을 입은 가운데서도 과도한 돈풀기를 자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소비자물가 비교[자료=아주경제DB]

돼지고기 가격 따라 움직이는 中 소비자물가
중국의 CPI 구성요소나 가중치가 미국과 다르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다. 

SCMP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CPI 구성 요소에서 교통비와 거주비에 가중치를 많이 두는 만큼 국제 에너지 가격과 통화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중상위 소득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은 의류, 식품에 더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황원타오 중신건투 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CPI 구성요소에서 식품 가중치가 18.4%로, 미국(7.8%)보다 높고, 의류도 6.2% 가중치를 둬서 미국(2.8%)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거 임대료의 경우, 중국은 16.2%를 차지해 미국(32%)의 절반에 불과하다. 교통비도 10.1%로, 미국(15.1%)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소비자물가 흐름은 돼지고기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중국 CPI 구성에서 돼지고기 가격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공급 과잉으로 하락하면서 중국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7% 하락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대응 '수월'
게다가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소비재의 경우 수입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소비자물가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 원가 상승분을 생산자나 해외 구매자가 떠안음으로써 소비자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CPI의 선행지표'라 불리는 PPI가 급등하면 시간차를 두고 CPI도 덩달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인 경제 논리다. 하지만 중국에선 PPI와 CPI의 상관관계가 약하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 속 지난해 10월 중국 PPI 상승률이 13.5%까지 치솟았지만, 중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머물렀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중국 제조기업이나 해외 바이어가 떠안으면서 PPI 고공행진이 CPI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PPI와 CPI 격차가 커질수록 비용 상승을 제품에 전이시키지 못한 중국 제조업체 채산성만 악화했다. 
 
민심 이반할라...물가 관리 주력하는 中공산당
또 최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역풍으로 중국인이 지갑을 닫아 내수가 침체된 것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의 소매판매는 지난 4월과 5월 각각 -11.1%, -6.7% 낙폭을 기록했다. 

이밖에 중국 공산당은 예로부터 물가 상승을 사회 안정을 뒤흔들 수 있는 불안 요인으로 보고 경계해왔다. 과거 1989년 톈안먼 사태도 사실상 인플레이션과 취업난이 고조돼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서민들이 부패한 정부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최근 중국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는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플레 부담 덜어낸 中···추가 금리인하 예상
전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중국에겐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치솟는 원유와 곡물가격으로 중국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세계은행은 브렌트유와 밀 가격이 올해만 약 40%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에 수입형 인플레를 유발할 수도 있다.

중금공사는 "향후 중국 소비자물가는 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대외 수요 감소, 위안화 환율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적으로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주기와 경기 회복세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겠지만, 연 평균 물가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올 한해 중국 연간 물가상승률을 2.1% 안팎으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올해 설정한 소비자물가 억제선인 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마이클 스펜서 도이치뱅크 AG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앞서 블룸버그를 통해 “현재 중국의 물가 수준은 인민은행이 우려할 만한 경제 상황이 아니다”면서 “봉쇄가 끝나는 3분기에 중국 물가가 반등하더라도 중국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온건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중국 정부로선 인플레이션보다 코로나19 역풍으로 인한 내수 부진이 더 큰 고민거리다. 이에 시장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을 봐가면서 하반기 추가 통화 완화에 신중하게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은행 냇웨스트는 블룸버그에서 인민은행이 오는 하반기 정책금리를 20bp(1bp=0.01%포인트) 내리고,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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