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규제완화] 상속세율 여전히 세계최고…장수기업 육성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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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2-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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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가업승계 촉진안 내놔

  • 가업승계 시 상속세 납부유예·가업상속공제 기준 완화

  • 높은 상속세율·까다로운 상속공제 조건 등 곳곳 암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업승계 촉진 방안을 내놨다. 가업상속공제 기준 완화와 상속세 납부유예 제도 도입이 골자다. 산업 허리인 중견·중소기업을 장인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다. 다만 여전히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상속공제 조건 등이 암초로 꼽혀 가업승계 활성화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21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가업승계 시 상속세 납부유예 제도를 신설한다. 일정 요건을 갖춘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 받을 경우 이를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팔아 지배권이 약해지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가업상속공제 기준도 완화한다. 가업상속공제는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중견·중소기업이 상속 대상이 될 때 과세대상 재산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업승계 대상 기업 매출액 기준은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된다. 사후 관리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완화된다. 상속인은 납부유예나 가업상속공제 둘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
 
◆ 중견기업계 “가업승계 공제 한도 1000억원까지 확대해야”
 
중견·중소기업계는 정부의 첫 경제정책방향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논평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를 뛰어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장기적 불황 우려를 해소할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견련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매출액 기준 1조원 상향은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일소해 기업의 적극적인 성장을 견인할 실효적인 촉진제로 기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터팬 증후군은 중견기업이 법인세 혜택과 함께 각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고자 스스로 성장을 제약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기업승계 활성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등 중소기업계 요청 사항도 다수 반영돼 이제는 기업할 맛 나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호평했다.
 
다만 가업승계 제도 합리화 방안 요구도 있었다. 중견련은 “사전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적극 반영해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유의미한 수준까지 한도를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과감한 혁신과 투자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500억원인 공제 한도를 최소 1000억원까지 확대하고 독일 등과 같이 업종 유지 조건을 폐지하는 등 추가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중견련 측의 주장이다.
 
◆ “한국 상속세 부담 OECD 최고 수준”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실상 최고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상속세 과세 방식과 세율의 합리적 개편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 세수 비중은 2020년 기준 0.5%로 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로 분석됐다. OECD 평균(0.2%)의 2.5배 수준이다.
 
직계 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 역시 50%로 OECD 평균(약 25%)의 2배에 달한다. 특히 최대 주주 등으로부터 주식 상속을 받으면 할증평가(20% 가산)가 이뤄져 사실상 60%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일본(55%)보다 높은 OECD 국가 최고 수준이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이미 한번 소득세 과세 대상이던 소득이 누적돼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면서 이중과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아니면 그 반대여야 하는데 한국은 상속세 2위, 소득세 7위로 모두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공석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 5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제3차 ‘기업승계 활성화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 ‘업종 변경 제한’ 관련 사안 세제개편안 담길 듯
 
중소기업계는 다음 달 기획재정부가 내놓을 세제개편안을 보고 가업승계 방안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중기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위원장인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세부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세부안이 나오는대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가업이라는 단어는 특정 집안 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우량한 기업이 장수기업으로 우리 사회에 오래 존속할 수 있도록 ‘기업승계’로 개념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핵심인 가업 상속 후 업종 변경 제한 관련 사안도 세제개편안에 일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대표는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기업승계 과정에서 업종 변경 제한의 요건 완화를 제안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이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상속한 뒤 7년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 동일한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 가업 상속 후 업종 변경을 제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 2018년 ‘사업승계세제 특례조치’를 시행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장 중소기업 후계자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유예·면제하고 있다.
 
정재연 강원대 교수는 “가업승계 지원제도에서 요구하고 있는 업종, 자산처분 등 기업의 동일성에 대한 기준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있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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