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40% 급등" 돼지 가격에 울고 웃는 중국 인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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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6-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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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상승주기' 진입한 돼지고기 가격

  • 적자난 양돈기업, 이제 '숨통' 틔우나

  •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소비 회복에 달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상승주기에 진입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오던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석 달 새 가격이 약 20% 오른 것. 돼지고기는 중국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시장이 중국 돼지고기 가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가격 상승주기' 진입한 돼지고기

중국 돼지 가격 주기 곡선 [자료=블룸버그]

중국 증권시보는 중국 원자재 가격정보기관인 줘촹쯔쉰(卓創資訊)을 인용해 지난 6월 20일까지 최근 석 달 새 생돈(生豚·살아있는 돼지) 가격 상승 폭이 42%에 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21일까지 전국 생돈 출하가격은 1㎏당 16.33위안(약 3165원)으로, 앞서 3월 21일 11.8위안에서 5위안 가까이 상승했다고 또 다른 양돈 정보업체 써우주왕도 집계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석 달 새 약 20% 올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한 달에만 돼지고기 가격이 5.2% 올랐다. 4월(1.5%)보다 상승폭을 더 키운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하락했지만, 그 낙폭은 3월 -41.4%, 4월 -33.3%, 5월 -21.1%로 차츰 줄여가는 중이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상승 주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2분기는 원래 중국서 전통적인 돼지고기 소비 비수기로 알려졌는데, 가격이 상승한 건 의외다.

쑨웨이제 줘촹쯔쉰 애널리스트는 생돈 가격이 저점을 찍었고, 정부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돼지고기를 수매한 게 심리적 지지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사료값 상승세 속 생돈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를 견인했으며, 코로나19 도시 봉쇄령 해제 속 외식업이 서서히 회복돼 돼지고기 수요를 늘렸다고도 했다. 

이밖에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속 지난 4월부터 양돈 농가에서 돼지 출하를 일부러 늦추고 있는 것도 돼지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적자난 양돈기업, 이제 '숨통' 틔우나
돼지고기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 주기에 진입했지만, 사실 양돈 농가 입장에선 이제야 비로소 손익 분기점에 도달해 숨통을 틔울 만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허난성에서 양돈업을 하는 리씨는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진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로 막대한 적자를 입었다. 그는 증권시보에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좀 올라서, 500g당 7~8위안에 팔린다"며 "양돈을 해서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선 돼지고기 가격 동향을 살필 때 '주량비율(猪粮比价)'을 본다. 돼지고기 가격과 사료용 곡물 가격 비율인데, 통상 5.5대1 정도 비율을 정상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전국 주량비율은 5.63대1로, 전주 대비 2.36% 상승했다. 

사실 양돈·돈육업체는 돼지고기가 가격 상승 주기의 꼭지점에 있었던 2019~2020년 중국 증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테마주였다. 

하지만 당시 돼지고기 값 폭등세 속 돼지 사육량을 무리하게 늘린 게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가격 폭락을 초래했다. 여기에 국제 곡물 가격 급등세 속 사료 값까지 치솟으며 양돈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적자난에 허덕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5대 양돈기업의 적자액만 합치면 390억 위안(약 7조56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중국 2대 양돈기업 정방과기(正邦科技)는 지난해 적자액만 190억 위안에 육박했고, 영업이익률은 -45.88%까지 곤두박질쳤다. 총부채 407억 위안에, 자산부채율은 97%까지 치솟으며 올 초 파산설에 시달렸을 정도다.

중국 최대 양돈기업 무위안(牧原)도 2020년까지만 해도 60%가 넘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6.74%로 떨어지더니, 올 1분기엔 -23.03%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 주가도 덩달아 수직낙하했다. 무위안 주가는 현재 2021년 2월(90위안) 최고점 대비 약 36% 하락한 57위안에 머물러있다. 정방과기는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주가가 거의 3분의1 토막이 났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소비 회복에 달렸다

중국 번식용 암퇘지 사육두수 감소세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중국은 세계 최대 돈육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특히 중국인의 돼지 사랑은 유별나다.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는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인에게 주식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돼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결정할 정도다. 최근 중국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습격에서 비켜서서 상대적으로 2%대의 안정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유지하는 것도 그간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돼지고기 값이 상승하며 소비자물가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우선 지난해부터 돼지고기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번식용 암퇘지 사육두수가 줄어, 당장 돼지 공급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번식용 암퇘지 사육두수는 4192만 마리로, 전달 대비 0.36%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4.73% 줄었다. 지난해 6월 최고점 대비로는 8.15%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올 들어 중국 내수 부진으로 수요가 미약해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쑨웨이제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생돈 가격이 2분기처럼 40% 이상 상승하긴 힘들 것"이라며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생돈 값이 아무리 올라도 ㎏당 23위안까지 가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는 생돈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19년 말 ㎏당 45위안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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