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줄다리기] 1만890원 vs 터무니없다...내년도 최저임금 놓고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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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6-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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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계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60%"

  • 노동계 "저성장·고물가 상황...불평등 심화"

6월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노동계는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 지급 능력을 감안해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금까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지급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사이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정작 뜨거운 감자인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해야 할 시간은 낭비됐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최저임금 최종 고시 시한은 8월 5일까지다.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최임위는 지난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회의에는 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요구안을 각각 제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9160원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1730원(18.9%) 높은 수준이다.
 
경영계 "소상공인 지불능력 부족...부담스럽다"
사용자위원들은 '동결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이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게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22일 발표한 '최저임금 주요 결정 기준 분석을 통한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진단'을 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5.3%로 2018년 처음으로 15%를 돌파한 뒤 4년 연속 1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을 의미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아진 요인으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수준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소매·숙박음식업과 5인 미만 소규모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받은 숙박음식업의 경우,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40.2%였다. 농림어업은 54.8%, 도소매업은 19%였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임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의 지급능력"이라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불가능해진 이상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계는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60%를 초과한 62.0%라는 점도 최저임금 동결 이유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과 경쟁하는 G7국가 평균(52%)을 크게 웃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는 61.4%, 영국 60.2%, 독일 57%, 캐나다 49.4%, 일본 46.5%, 미국 27.3%였다.
 
노동계 "양극화 해소 필요...현실 수준으로 인상해야"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1730원(18.9%) 높은 수준이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적용)은 227만6010원이다. 

노동계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현실적인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4.7%를 넘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며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어려워진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오르면 임금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1.5%로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월 통상임금은 3.3%, 시간당 통상임금은 3.1% 증가했다. 상용노동자 100명 이상 사업체의 임금 총액도 3.6% 올랐다. 

아울러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정 시 기준이 되는 '단독가구'를 '가구'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독가구 생계비만을 반영한 최저임금은 제도 취지에 벗어난다는 게 이유에서다. 이번에 노동계가 내놓은 최초 요구안 역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비(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했다. 이들은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노동계는 한국의 임금노동자가 생활하는 가구 유형의 다양성을 감안한 적정 생계비를 연구했다. 그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608원(월 284만4070원)이 적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시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최초 요구안은 1만890원으로 정했다. 
 
격차 1730원...보름 안에 합의점 찾는 게 핵심
경영계와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초 요구안의 격차는 1730원이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논의는 노사가 최초 요구안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 간 격차가 큰 만큼 앞으로의 심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심의 과정에서 둘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을 두고 표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공익위원 측은 최저임금법이 정한 결정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사 간 입장차가 적지 않은 만큼 올해도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커지자 사전에 임의 기준 적용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 법정 심의 시한은 이달 29일까지다. 최임위는 이 안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는 28일과 29일 연달아 전원회의 일정을 잡은 상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오는 8월 5일까지다.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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