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원희룡, 외국인 투기부터 때려잡는다…부동산 규제 정책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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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6-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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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지사 시절 경험 토대…각종 대응 방안 마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와의 합의 관련 내용을 추가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규제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새 정부가 외국인의 투기적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제주지사 시절, 중국인 등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를 강하게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재임 7년은 외국인 투기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종 난개발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했다.
 
지난 2015년부터 외국인이 땅을 사들였을 경우 영주권 등을 주던 부동산 투자이민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며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제주, ‘중국인 부동산 쇼핑’ 제압…부동산 투자이민제 대폭 축소
 
제주도는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열풍으로 한때 땅값이 폭등한 지역 중 하나였다. 실제 외국인의 제주도 땅 매입은 지난 2016년까지 해마다 급증했다. 지난 2011년 867만3000㎡에서 2014년 1569만6000㎡로 3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지난 2015년에는 처음으로 2000만㎡를 돌파했다.
 
이 기간 제주도 땅을 사들인 외국인의 절반은 중국인으로, 2011년까지만 해도 14.4%에 불과했던 중국인 비중이 2015년에는 44.4%로 절반 가까이 육박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엔 중국인 비중이 소폭 줄어 지난해 41.2%를 기록했다.
 
원 장관은 2014년 취임 시작부터 부동산 투자이민제에 메스를 댔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외국 자본으로 관광지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제주를 비롯해 강원, 전남, 인천, 부산, 경기 등 6곳에서 운영 중이다. 외국인이 특별법에 따라 개발사업 승인을 얻어 콘도 등에 5억원 이상 투자하면 거주 비자를 발급해 주고 5년간 투자 유지 시 영주권도 준다.

원 장관은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대상 지역을 관광단지와 관광지로 대폭 제한했다. 이전까지는 관광지와 상관없는 지구단위계획 일반 사업지에도 적용돼 외국인의 난개발과 땅값 급등 문제가 심각했다.
 
게다가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로 입소문이 난 상황에서 원 장관이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 언론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외국인의 제주도 부동산 분양 건수는 2013년 667건(4531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투자이민제 축소에 따라 2020년 6월 2건(15억1000만원)으로 확 줄었다. 여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도 겹친 것으로 분석된다.
 
◆9월까지 관계 부처 합동 조사…투기 의심 1145건 대상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때부터 외국인의 투기적 주택거래 규제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를 적발하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다. 최근 수년 사이 주택 관련 규제 강화로 내국인은 대출이나 거래에 어려움을 겪지만,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는 제대로 관리조차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24일부터 오는 9월까지 법무부·국세청·관세청 등과 함께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추진한다. 10월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조사 대상은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주택 거래 2만38건 중 투기가 의심되는 1145건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토지 거래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40대 미국인 A씨는 2020년부터 국내에서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기 시작했다. 수도권의 한 단지에서만 7채를 매수하는 등 그가 지금까지 전국에서 사들인 아파트가 45채에 달했다.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값이 23%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시세 차익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A씨가 아파트 구매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내용이 있는지 정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국토부는 17세 미국 청소년이 서울 용산의 27억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고, 중국 국적의 8세 아이가 경기도 아파트를 매수한 일 등을 의심 사례로 소개했다. 유럽 국적의 외국인이 서울에서 105억3000만원짜리 초고가 주택을 산 경우도 포착됐다.
 
한 중국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89억원에 사면서 매수 자금을 전액 해외 대출로 조달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조사를 통해 위법이 적발되면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해 적절한 처벌이 가해지도록 할 계획이다.
 
◆캐나다·호주 등 선진 부동산 규제 방안 참고…관련 통계 생산키로
 
국토부에 따르면, 외국인에 의한 주택거래 건수는 전체의 1% 미만 수준이지만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676건에서 2020년 8756건, 2021년 8186건으로 최근 집값 상승기에 매수 건수가 크게 늘었다.
 
국토부는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체류자격·주소지 등 정보를 보유한 법무부, 불법 외환거래를 단속하는 관세청 등과 협력해 진행할 방침이다.
 
적발된 위법 의심 행위에 대해서는 국세청·금융위·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불법자금 반입이나 무자격 비자로 부동산을 임대하는 등 외국환거래법·출입국관리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관세청·법무부에 통보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 대응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선진국들이 외국인 부동산 취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 입각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대법원 건축물 등기자료와 건축물대장, 실거래 자료 연계를 통해 내년부터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를 생산한다. 현재까지 외국인의 토지 보유와 거래에 대한 통계는 관리하고 있었지만, 외국인의 주택 보유현황에 대한 통계는 없어 투기 적발에 한계가 있었다.
 
국토부는 통계생산을 위해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4분기 시범 생산을 거쳐 내년 1분기에 국가통계 승인·공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경우 시·도지사 등이 대상자(외국인 등)와 대상용도(주택이 포함된 토지 등)를 정해 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올해 중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진현환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실거래 기획조사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내국인 역차별 논란 해소를 위해 외국인 부동산 거래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기획조사와 더불어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 규제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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