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겨우 버텼는데"...최저임금 부담에 외식·편의점주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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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06-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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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이 컸지만 버텼다. 지난 4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매출 사정이 좋아지려나 했는데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얘기가 들리니 망연자실하게 된다. 앞으로 폐업하는 점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만난 A씨(60대, 서울 여의도동)는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안(1만890원)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오면 편의점 '폐업 속출' 우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수준은 올해(9160원)보다 1730원 많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1만원대는 사상 처음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7년 당시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22년 9160원으로 올랐다. 5년 사이 인상률은 41.6%나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엔 16.4%, 2019년 10.9%로 초반 2년간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 2020년부터 2.9%, 올해 1.5%로, 1988년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이 도입된 후 가장 낮았다. 올해는 5% 상승률을 보였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890원으로 오르면 역대 가장 높은 인상률로 기록될 전망이다. 

노동계의 요구안을 인건비에 적용하면 아르바이트 직원(알바생) 1명당 인건비(월 209시간 기준, 주휴시간 포함)는 기존 191만4440만원에서 227만6100원으로 오르게 된다. 한 달 최소 약 36만2000원 상승하는 수치다. 만약 알바생이 2명이라면 인건비 부담은 73만원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부담이 급증하면 편의점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경기 안양시에서 20여년째 편의점 2곳을 운영해온 이모(52)씨는 올해 점포 2곳 중 1곳을 폐점했다. 알바생에게 주는 월급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씨는 "편의점 2곳을 운영하다 올해 1곳을 접었다. 남은 편의점 1곳에서도 하루 오후, 야간에 알바생 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월급 다 합치면 600만원이 나간다"며 "임대료 150만원 주고 나면 남은 게 별로 없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인상률은 점주들 다 폐업하라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 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 이상으로 인상되면 점주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편의점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4357만원이다. 4년 전인 2018년 상반기(4396만원)와 비교하면 매출이 오히려 40만원가량 감소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편의점주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더욱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인건비 부담이 큰 업종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종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은 4대 보험과 주휴수당, 퇴직금 등까지 포함하면 1만2000원~1만30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라며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 근무하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주 단위로 임금을 정할 때 근로시간 수와 주휴 시간 수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계산한다. 야간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편의점주는 편의점 본사와 계약 관계에 있다. 함부로 야간에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새벽 영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다시 한다면 로열티 비용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가맹점주 절반이 월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협회에 따르면 2020년 편의점주들은 주말 없이 매일 8시간 일하고 월 177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알바생이 주 5일 40시간 일하고 월 189만원을 월급으로 받은 것과 비교된다. 사장인 점주가 알바생보다 월급이 낮은 셈이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4대 보험, 주휴수당, 퇴직금까지 연동될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은 더 올라간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 점주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더 줄어들게 된다. 폐업하라는 소리"라면서 "알바생을 쓰지 않은 채 혼자 점포를 운영하거나 가족이 운영하는 점포가 늘 것으로 보이며 새벽 미운영 점포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먹자골목 풍경. [사진=아주경제 DB]

◆"식재료 값도 많이 올랐는데···"... 외식업계도 절규

최저임금 역풍을 우려하는 곳은 편의점 업계뿐만이 아니다. 외식 업계도 내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식업계는 식자재 가격 폭등,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식자재 가격은 급상승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세계 각국의 식량·비료 수출제한 영향으로 국내 곡물값은 45%, 유지 가격은 30%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공 식료품은 6.1%, 육류 및 낙농품은 6% 올랐다.

식재료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자영업자 마음대로 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단골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외식업종에서 인건비 비중은 20% 이상을 차지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주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 여의도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40대)씨는 "원두 가격, 임대료 등 안 오르는 게 없다"며 "카페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많이 오르면 경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혼자서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영업자 소득이 매년 줄면서 수익이 아예 없거나 적자 점포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소득세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사업으로 손실을 보거나 소득이 없는 자영업자는 28만여명에 이른다. 최저소득이 급격하게 인상되기 전인 2017년 18만명보다 10만명이 늘어난 규모다.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홍보국장은 "올해 들어 식자재 가격도 많이 올랐다. 예년에는 겪지 못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좌석 및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힘들었다. 대출 등으로 겨우 버틴 자영업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1만원으로 오르면 다 죽으란 얘기"라면서 "가뜩이나 손님들 저항감 때문에 가격은 함부로 올릴 수도 없다"며 "올해만큼은 동결도 사치다.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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