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중기‧소상공인 '분노'… "死중고로 폐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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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6-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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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도 최저임금 5% 인상… 업계 "벼랑 끝에 내모는 결정"

  • 일자리 감소 이어지나… "지불 능력 한계로 인력 감축 불가피"

  • "최임위 책임져야"… 소공연, 이의제기 신청키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이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관련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코자총]

#. 서울 은평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쳤다. 가뜩이나 물가와 임대료가 오르면서 경영 사정이 빠듯한데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서다. 김씨는 “아내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면서 주방 이모 1명만 두고 있는데 이마저도 점심‧저녁에만 일하는 파트타임으로 돌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 경남 밀양에서 뿌리기업을 운영하는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아침 일찍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이 오르는데 임금 인상까지 더해질 경우 경영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 회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 임금이 오르기 마련”이라며 “임금 5% 인상 시 월 평균 인건비가 2000만원 더 들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까지 더하면 한 달에 1억5000만원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인상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과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정”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24개 자영업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규탄했다.
 
최임위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460원)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적용의 직접 당사자인 자영업자들은 이날 거리로 나와 최임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코자총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 후유증과 금리 인상, 물가 급등, 고임금 등으로 4중고에 빠졌다”며 “사면초가에 놓여 있는 이 시점에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또다시 벼랑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올해 최저임금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 단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논평이 잇따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한다”며 “최저임금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소공연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5%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공연은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사업주의 93.3%가 소상공인이고, 전체 소상공인의 41.1%가 매출액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소상공인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고려한 것인지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에 이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로 삼중고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제는 고임금까지 겹쳐 ‘사(死)중고’로 사업을 접어야 할 지경”이라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근근이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표 업종인 편의점 업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편의점 절반이 장시간의 노동에도 한 푼도 벌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을 철저히 외면하고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진 편의점주를 범법자로 내모는 결정”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월평균 매출은 4357만원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가맹수수료 등을 지불하면 순소득은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점포당 월 30만~45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되며, 적자 점포 비율은 60%에 달할 것이라는 게 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견‧중소기업도 반발… “경제 위기 극복 멀어져”
중견‧중소기업들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이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강한 분노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현장은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고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소기업계는 동결수준을 간곡히 호소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 고용 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논평을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과 경상‧재정 쌍둥이 적자의 위기 상황에서 9620원의 최저임금안을 도출해낸 최임위의 결정은 기업 경영 애로를 가중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활력을 잠식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일자리 감소 이어지나… “고용 감축” 의견 多
무엇보다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6.4% 오른 2018년에는 일자리 15만9000개가 줄었고, 10.9% 상승한 2019년에도 27만7000개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이번 인상에 따른 추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으로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유에서다. 또 최저임금 외에 4대 보험,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감안하면 현재도 인건비 부담도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 시 대응방법으로 47.0%는 ‘대책 없음(모름)’을, 46.6%는 ‘고용감축(기존인력 감원 9.8%+신규채용 축소 36.8%)’을 꼽았다.
 
소공연의 최근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4.1%가 ‘기존인력 감원’을, 31.6%가 ‘근로시간 단축’을 최저임금 인상 시 대처 방안으로 꼽았다. 소공연은 “최임위는 지난 5년 동안 최저임금을 42% 인상했다”며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일자리 감소였다”고 비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3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중기중앙회]

업계 불복 나서나… 소공연, 이의제기 신청 예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정부에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최임위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상황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수준을 주장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자총은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의 사퇴도 촉구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덜기 위해 주휴수당 폐지, 업종별 구분 적용 등 최저임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공연은 최임위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소공연 측은 “빠른 시간 안에 이의제기를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에 앞서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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