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맥경화] 신용등급 강등에 자금조달도 '적신호' ... IPO, 회사채 모두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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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7-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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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신용등급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과 코로나19 충격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던 2020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더욱 문제는 최근 기업의 직접 자금 조달 시장이 경색됐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소수 기업만 높은 금리로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다. 이에 상당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신용등급 상당수 강등···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 상황 육박
3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던 지난해 1분기에도 강등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던 것과 상당한 차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5개사)와 코로나19 충격이 처음으로 가시화한 2020년 1분기(6개사)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나신평뿐 아니라 한국신용평가도 2개사에 대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별도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으로 4개사를 등재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1개월 동안 4개 기업에 대해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시점에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항공·유통뿐 아니라 자동차·화학 등 주요 기간산업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수익 창출력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신용등급이 잇달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신용등급 강등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2월에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점차 그 여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확실하지 않은 데다 조만간 종전된다 하더라도 서방국가들이 단행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단기간에 공급망이 안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고금리를 제시하는 등 자본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 아울러 지금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다면 아예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재계에서는 직접 자금시장에서 조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국내 기업에는 공급망 불안이 경영 리스크로 크게 작용한다"며 "시장에 위기감이 커지다 보니 자금이 안전자산 쪽으로만 흐르고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IPO·회사채 시장 모두 찬바람···"자금 조달 어렵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양적 완화를 단행했던 글로벌 주요국이 최근 금리 인상 등을 통해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넘치는 유동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시장 경색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사실상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글로벌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금리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는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직접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IPO를 단행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9개 기업이 상장한 것과 큰 차이다.
 
코스닥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기업이 48곳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4곳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평균 공모 금액은 1708억원에서 1359억원으로 20.43% 줄었다. 전체 공모 금액을 합산해도 1조3707억원에서 1조483억원으로 23.52%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초대형 변수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IPO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 규모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회사채 시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3년 만기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13일 이후 계속해서 4%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서 회사채 금리가 1.71%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 2.7%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다.
 
우량기업으로 분류되는 AA- 회사채 금리가 4%를 연속해서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5월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유로존 채무위기 여파로 크게 흔들렸다. 이에 국내 회사채 시장도 영향을 받아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기업의 직접 자금조달 시장이 이토록 위축된 것은 글로벌 주요국의 긴축 정책과 연관이 깊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그동안 양적 완화 영향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누려왔던 금융투자·회사채 시장에서 급격하게 자금이 빠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이 장기간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다음 달에도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금융투자·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상당수 기업이 IPO와 회사채보다 은행 대출을 늘려 자금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89조967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9.2% 늘었다.
 
그러나 대출이나 CP를 통한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도 리스크 회피를 위해 너무 급격한 수준으로 기업 여신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재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소수 우량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때문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며 "그나마 우량 기업에 대한 회사채는 수요를 찾을 수 있겠지만 비우량 기업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기가 어려워 앞으로 조달 금리가 높아지는 등 환경이 악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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