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줄여 디지털 전환하자…'로코드·노코드' 시장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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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7-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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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인력난에 수요 급증…2027년 예상 규모 110조

  • 로코드 플랫폼, IT 개발·운영·유지보수 효율 높여

  • 퀸텟시스템즈, 멘딕스 등 국내 로코드 시장 도전

  • 노코드 솔루션, 현업 사용자 등 비개발자 향해 손짓

  • 차별화 꾀하는 블루프리즘,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산업계에서 디지털 전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문제 해결 역량이 필수 요소로 대두됐다. 인간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던 업무를 정보기술(IT) 기반 자동화와 디지털 신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이에 기업은 비(非) 개발 부서 직원들이 SW를 직접 만들어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노코드(no code) 기술과 기존 개발자들이 SW 개발 속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로코드(low code) 기술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두 기술이 하반기 국내 디지털 전환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IT시장조사기업 가트너는 작년 2월 발표를 통해 2021년 전 세계 로코드 기술 시장 규모를 138억 달러(약 18조원)로 추산했다. 지난 5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 발표에 따르면 교육, 의료, 제조 현장과 기업 내에서 증가하는 SW 개발 수요에 힘입어 '로코드 개발 플랫폼(LCDP)'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까지 738억2040만 달러(약 96조원)로 연평균 26.5%씩 커진다. 미국 SW업체 파고스는 여러 전망치의 평균값을 계산해 2027년 노코드·로코드 시장 규모가 848억 달러(약 1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삼성SDS, 클라우드 기반 로코드 플랫폼 개발 중

삼성SDS 로코드 플랫폼 화면 예시 [자료=삼성SDS]

노코드와 로코드 솔루션이 시장에서 엄밀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대체로 로코드 솔루션은 SW를 만들기 위해 개발자가 코드(code)를 작성하는 작업을 줄여 주는 기술을 뜻한다.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 솔루션의 활용 가치가 주목을 받았다.

일례로 삼성SDS가 작년 11월 사전 신청자 8000여명을 기록하며 개최한 연례 기술 콘퍼런스 '테크토닉 2021'에서 LCDP를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됐다. 서지원 삼성SDS 프로는 당시 기준 향후 3~4년 동안 산업계에 생성될 IT 기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서비스가 5억개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40년간 만들어진 앱·서비스 수와 맞먹는 규모다. 그만큼 많은 개발자가 필요하지만 실제 산업계에 유입되고 있거나 기업 내부에서 양성하는 개발자 수는 불충분하다.

서 프로는 이런 상황에 LCDP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LCDP는 전통적인 수작업 코딩 대신 그래픽 사용자 환경(GUI)을 조작해 SW를 만드는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전통적인 코딩 작업량을 줄여 줌으로써 사업과 업무에 필요한 앱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한다. 개발 업무를 위한 환경 구축, 학습, 개발과 유지보수 비용 부담을 덜어 주는 이점도 있다. 기업이 필요한 모든 앱을 LCDP로 만들 수 없지만 코딩 능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전체 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프로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부로 개발 중인 '삼성SDS 로코드 플랫폼(Samsung SDS Low Code Platform)'을 소개했다. 삼성SDS 로코드 플랫폼은 GUI에서 주어진 버튼, 표, 차트 등 여러 동작을 수행하는 컴포넌트(component)를 끌어다 놓기(drag and drop) 조작으로 선택하고 배열하는 화면 구성 작업과 새로운 컴포넌트를 만들어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를 내·외부 정보시스템에서 가져오고 처리된 결과를 가공·전달하는 '로직' 작성 작업을 지원한다. 이후 컴포넌트, 화면, 로직 등 개발된 결과물은 클릭 한 번으로 배포해 고객사에 제공된다.
 
로코드 시장 공략 나선 퀸텟시스템즈와 멘딕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SDS 로코드 플랫폼은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한 내부 기술이지만 다른 기업들이 쓸 수 있도록 상용화된 로코드 플랫폼 제품도 존재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이 검토된 이 분야 솔루션 시장에 고객 관계 관리(CRM) SW기업 퀸텟시스템즈가 최근 상용 제품을 선보이며 도전장을 던졌다. 다국적 제조 기업 지멘스의 SW 사업부문인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DISW)'는 2018년 인수한 업체 '멘딕스'의 로코드 솔루션을 들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제조 대기업 수요 공략에 나섰다.

중견 SW기업 퀸텟시스템즈는 지난달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기반 LCDP 제품을 '칼스(CALS)'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사용자는 CALS를 통해 컴포넌트 끌어다 놓기 조작으로 앱을 만들고 마우스 클릭으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퀸텟시스템즈는 앞서 보험, 바이오, 교육, 제조 업종 기업에 CALS를 공급했고, 이 고객사들이 앱 개발 생산성과 서비스 운영 효율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퀸텟시스템즈는 개발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IT 업계에서 코딩을 줄여 주는 LCDP에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해 CRM 분야에 주력해 온 기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박성용 퀸텟시스템즈 대표는 "개발자 부족 현상과 높은 인건비, 복잡한 기술 등 이유로 국내 산업이 디지털 전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LCDP는 신기술 적용과 사용자 요구 수용 면에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멘스 같은 다국적 기업도 2020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멘딕스 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LCDP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멘딕스는 2019년 일본 화학 기업 카네카의 말레이시아 소재 자회사에 LCDP를 공급해 카네카가 수개월 걸려 진행했던 구형 정보시스템 교체와 새로운 시스템 구축 작업을 훨씬 빠르게 마무리한 경험을 주요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한국에선 지난달 초 AWS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기업(MSP)인 메가존클라우드, 디지털전환 전략 컨설팅 스타트업인 디지털엑스원과 이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팀 스록 멘딕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한국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멘딕스 LCDP의 강점은 (제조 현장인) 공장과 작업라인 등 원격지에서 사용 가능한 네이티브 모바일 환경에서도 구동될 수 있고 구축형, 클라우드, 에지 등 모든 환경을 지원하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앞서 고객사에 도입된) 지멘스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나 제조 실행 시스템(MES) 솔루션과 통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한국에서 LCDP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제조업 외에 금융 업종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목마른 사람 우물 파기' 돕는 노코드 솔루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딩을 줄여 SW개발자의 업무 효율과 전체 SW개발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LCDP라면 당초 코딩을 배우지 않았거나 코딩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현업 담당자의 업무 혁신을 지원하는 기술이 노코드 솔루션이다. IT서비스 기업 LG CNS는 프로젝트에 활용해 온 노코드 솔루션을 공개해 프로그램 개발 저변 확대에 나섰다. 국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솔루션 시장 후발주자인 블루프리즘은 다국적 기업 중 하나로 노코드 솔루션에 주목하는 최근 IT산업 흐름에 주목해 RPA 업계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LG CNS가 지난 2021년 3월 무료로 공개한 개발 도구인 '데브온 NCD'은 작동 과정을 '순서도'로 표현해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는 노코드 솔루션의 일종이다. 당시 LG CNS는 지난 6년간 공공, 유통, 자동차 등 여러 업종에서 수행한 1000여개 프로젝트에 데브온 NCD를 활용했고 프로젝트당 평균 5000여개 기능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데브온 NCD는 프로그램 개발 지식이 없는 회계부서 담당자가 월말 결산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IT프로젝트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의도에 맞는 솔루션을 구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블루프리즘은 2001년 출시된 첫 제품으로 '단순 작업(task) 자동화' 개념을 구현한 데 이어 10년 만인 2012년에 작업 자동화를 넘어선 RPA 개념을 창시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단순 작업 자동화는 기존 조직,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을 놔둔 채 구성원 개인의 행동만을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전사적인 혁신은 불가능하다. 현업 IT담당자와 실무자들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으려면 경영진이 설정한 혁신 비전과 목표에 맞춰 임원·부서장들이 업무 재설계와 운영 방식을 발전시킬 기반이 필요하다.

블루프리즘은 고객사를 위해 자사 RPA 솔루션에 '오브젝트 스튜디오'를 함께 제공한다. 오브젝트 스튜디오는 기업이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때 기존 정보시스템에 구축된 앱과 상호작용하는 부분을 구현하기 위한 노코드 IT 로직 작성 도구다. 블루프리즘은 이렇게 RPA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정보시스템 앱 상호작용을 처리하는 'IT 로직'과 인간 사용자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업무 로직'을 구분해야 하고, 두 로직을 구분하지 못하면 RPA 솔루션 도입 후 큰 운영·유지보수 비용 부담을 겪고 혁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국적 클라우드 SaaS 거인들의 시장 확대 움직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국적 SaaS 가운데 IT 서비스 관리(ITSM) 솔루션 기업인 서비스나우와 CRM 업체인 세일즈포스도 자체 솔루션 기반 노코드·로코드 앱 개발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서비스나우는 본사 차원에서 ITSM뿐 아니라 인사업무(HR)와 고객 응대 프로세스를 표준화·자동화하는 '나우 플랫폼'이라는 SaaS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나우 플랫폼에 개선된 디자인과 자체 RPA 기능을 탑재한 최신 버전(샌디에이고 릴리스)을 공개했다. 최신 나우 플랫폼에 도입된 '오토메이션 엔진'은 'RPA 허브'를 포함한다. 이 RPA 허브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로봇을 중앙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일종의 지휘통제실 역할을 한다. RPA 허브에서 로봇에 내리는 명령이 '데스크톱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노코드 개발 도구로 작성된다.

세일즈포스는 국내에서 주로 클라우드 CRM 솔루션 '커스터머 360' 공급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라이트닝 플랫폼'이라는 노코드 앱 개발 솔루션을 쓰는 고객을 늘리면서 성장하고 있다. 기업이 라이트닝 플랫폼을 쓰면 끌어다 놓기 조작만으로 세일즈포스 CRM 솔루션의 범위와 기능을 확장하는 앱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은 SW 개발 경험이 없는 직원에게 라이트닝 플랫폼을 제공해 기존 정보시스템으로 불충분한 기능을 직접 만들어 쓰게 하거나 '세일즈포스 앱스토어'에서 라이트닝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된 앱을 찾아 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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