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상승 후폭풍] 1분기 '실적 잔치'했지만...라면업계, 하반기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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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07-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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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진열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에 최고 실적을 낸 라면업계 빅(Big)3인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2분기부터 이익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라면 업체들이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올 하반기 다시 한 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 증가 폭, 1분기 대비 감소...절반 수준에 그치기도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1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어난 7150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뚜기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250억원, 390억원으로 예상된다. 증가율을 보면 매출액은 8.4%, 영업이익은 7.7%다. 삼양식품은 2분기 매출 1855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늘고 영업이익은 4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1분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둔화된 수준이다. 2분기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라면 3사는 지난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농심의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6% 21.2%에 달한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5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었다. 2분기 전망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삼양식품은 분기 매출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출액은 2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4.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무려 71% 급증했지만 2분기에는 27%p나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픽=아주경제]

◆원재료 가격 급등...하반기 라면 인상 가능성 ↑

라면 3사가 지난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낸 것은 지난해 8~9월에 라면 가격을 인상한 효과를 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농심은 작년 8월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 판매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봉지당 평균 676원에서 736원으로 60원 올랐다.

오뚜기 역시 작년 8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이어 한 달 뒤인 9월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6.9% 올렸다. 오뚜기는 13년 만에, 삼양식품은 4년 4개월 만에 라면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문제는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여전히 상승 추세라는 점이다. 라면 업체들은 주로 북미산 소맥분과 말레이시아 팜유를 사용한다. 올 3분기에도 수입곡물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라면업계의 실적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국제곡물 7월호에 따르면 올 3분기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184.8로 2분기(4~6월)보다 13.4%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지수는 올 2분기에 2008년 4분기(10~12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수입 곡물값 상승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장기화 여파로 국제 곡물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3~6월 구입물량이 시차를 두고 국내로 들어오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t(톤)당 475.46달러까지 치솟은 밀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319.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27.9% 상승한 수준이다. 

올 1분기 말레이시아 팜유 선물가격은 1524달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5.5% 급등했다. 다만 지난 5월 23일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제한을 풀면서 다소 진정세로 돌아선 듯 보이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여전히 상승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원가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전체 회사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농심은 전체 매출 가운데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71%에 달한다. 삼양식품의 경우엔 전체의 99.4%가 면스낵 매출에서 나온다. 오뚜기는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자치하는 비중은 30%가량이다. 그만큼 수익성이 하락하면 전체 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고환율도 원가 부담 ↑...하반기 중 인상 가능성도 제기돼 

최근 13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도 하반기 수익성을 끌어내릴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업체들은 3~6개월 정도의 재고를 비축한다. 상반기에 비축물량으로 원가 부담을 덜어냈지만 하반기에는 비축분을 모두 소진해 원재료를 다시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럴 경우 현재 높은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격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지게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조성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들어 상승한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라면 업체들도 가격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계속되는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지난해 가격 인상 효과가 실적에 매우 제한적으로 반영됐다"며 "2분기 말부터는 원가 부담이 더 가중됐고 하반기에 추가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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