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에 유가·유로화 '털썩'…"한국·호주·캐나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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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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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올해 말 배럴당 65달러 갈 수도

  • '스트롱 달러'에 전 세계 통화 주저앉아

  • 노무라 증권 "한국, 호주, 캐나다 특히 위험"

초강세를 보이던 유가가 하루 새 10% 하락하며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전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 휘말리며, 석유 수요가 급락할 것이란 두려움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미국은 물론이고 호주, 캐나다, 우리나라 등 다수 국가 경제가 1년 안에 휘청일 것이란 전망에, 투자자들은 유일한 피난처인 달러로 내달렸다.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지는 등 각국 통화 가치가 끝 모르고 추락하는 모습이다.
 
유가, 올해 말 배럴당 65달러 갈 수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사진=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8.93달러(8.24%) 하락한 배럴당 99.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10.73달러(9.45%) 밀린 배럴당 102.77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에 유가는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갤런당 5달러를 넘겼던 미국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으로 갤런당 4.8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씨티그룹은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 배럴당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회사는 “실업이 증가하고 가계 및 기업이 파산하는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기업의 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원자재 가격 역시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석유 자문 회사인 리터부시 앤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사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면, 유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며 어두운 경제 전망이 원자재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지수는 이날 6.4% 하락했다.
 
휘발유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도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4주 평균 기준으로 휘발유 수요는 6월 24일까지 전년 대비 약 2% 감소했다.
 
미국 통화인 달러 강세 역시 유가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 통화로 표시되는 원유 등 상품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 하락으로 S&P500의 11개 부문 중 에너지는 4% 넘게 하락하면서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스트롱 달러'에 전 세계 통화 털썩
미국 달러 가치가 천장을 모르고 치솟자, 전 세계 통화 가치는 무너져 내렸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1유로에 1.0310달러를 기록하며, 유로화 가치는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가 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럽 경제가 악화하자, 유로화의 투자 매력이 사라졌다고 CNBC는 지적했다.
 
유로존의 6월 물가상승률은 8.6%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며 물가 상승률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을 결정하는 네덜란드 TTF 허브의 월간 가스 가격은 7.8% 오른 메가와트시당 175.5유로(180.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상품 가격의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 특히 유로화 약세는 에너지 수입 가격을 올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기고, 소비자 지출과 경제성장을 타격해 고용시장까지 붕괴시킬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나,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ECB의 긴축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부채가 많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경제가 무너지면 유로존 전체도 휘청일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29% 오른 106.49를 기록했다.
 
강달러에 주요 선진국 통화 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엔화는 달러당 136엔까지 하락해 1998년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이날 기준금리를 0.85%에서 1.35%로 0.5%포인트 올렸지만, 금리인상이 무색하게도 호주 달러는 달러당 68센트 수준이다. 이는 대유행 초기 이래 최저 수준이다.
 
유가 급등으로 이익을 보는 원자재 생산국인 노르웨이와 캐나다 역시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WSJ의 조사에 따르면 달러 대비 각국의 통화 가치를 보면, 엔화는 1년 전 대비 -18.5%, 노르웨이 크로네는 -13.7%, 영국 파운드화는 -13.5, 유로화는 -13.2%, 호주 달러는 -9.5%, 캐나다 달러는 -4.6% 하락했다.
 
달러화 강세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금리인상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가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보다 장기 성장 전망이 밝은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강력한 미국의 고용 시장과 높은 저축률 등도 달러 강세의 요인이다. 
 
노무라 증권 “한국, 호주, 캐나다 특히 위험”
노무라증권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세계 주요 경제국들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롭 수브라만은 “많은 선진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해 유로존, 영국,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가 내년에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선진국 다수가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노무라증권은 미국의 경우 올해 4분기부터 약 5분기 동안 이어지는 얕지만 긴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호주, 캐나다, 우리나라 등 경제 규모가 중간 수준인 국가들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들 국가는 부채가 집값을 떠받들고 있는 나라들로,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택 시장이 붕괴하면서 더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경기침체에서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중국이 코로나19제로 전략을 고수하는 한 또 다른 경기침체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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