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갇힌 유통산업] 의무휴업 족쇄 단 대형마트·SSM '휘청'...2년반 새 128개점 문닫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남라다, 김다이 기자
입력 2022-07-06 18: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그래픽=아주경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1993년 대형마트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오프라인 유통업태에서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실적 악화에 시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2년 6개월간 점포 6곳의 문을 닫았던 홈플러스는 내년까지 추가로 3개점 매각을 추진한다. 올해 10월 동대전점을 시작으로 내년엔 부산연산점과 해운대점 등 2개점의 자산유동화를 확정지었다. 이러한 마트의 폐점 움직임은 정부의 유통산업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2년 6개월 사이 폐점한 대형마트와 SSM은 총 128곳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점포 21개가 폐점했다. SSM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가 올해 상반기 운영 중인 점포 수는 총 1213개점으로, 2019년 말(1320개점)에 비하면 107개가 줄었다. 전체 점포 수의 8.1%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존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오프라인 점포가 문을 닫는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진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국내에 등장한 1993년 이후 유례없는 폐점 규모"라며 "유통 규제가 강화된 이후 업황 부진이 이어진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패턴이 온라인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그간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1997년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초기엔 유통산업의 과도한 행정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들이 시행됐으나 2010년대 들어 규제 기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시행된 개정안은 '월 2회 의무휴업'이 포함되면서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았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월 2회 문을 닫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의 배송도 불가능하다. 

유통산업발전법이 한층 강화된 2012년 이후 대형마트의 매출 그래프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1년 9% 성장률을 보였던 대형마트 매출은 2013년에는 -5%로 성장세가 꺾인 뒤 지난해까지 줄곧 역성장세를 기록했다. 마트의 매장 수 감소는 고스란히 전체 시장의 축소로 이어졌다. 2013년 38조3000억원이던 대형마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엔 34조6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3년에 비해 9.7% 감소한 셈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유통 규제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오히려 유통산업과 골목상권의 동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며 "대형마트 추락은 직간접적인 고용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라다 기자 nld8120@

 
[규제에 갇힌 유통산업] 전통시장 살린다더니...유통산업발전법 '실효성' 논란은 현재진행형
 

[그래픽=아주경제]


당초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 선진화와 유통기능 효율화, 소비자 편익 증진 취지로 1997년 제정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2010년 들어 '지역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규제' 기조로 방향을 바꿔 입법을 다시 추진했다. 규제 대상도 전통시장 인근 1㎞ 이내에 있는 대형마트와 SSM으로 확대했다. 

입법 논리는 당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실시하면 전통시장 매출이 10%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법 시행 11년이 지난 현재 유발법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명분마저 퇴색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저해했다는 의견이 많다. 입법 과정에서도 제기됐던 유발법 실효성 논란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업 총매출 중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4.5%에서 지난해 8.6%로 절반 가까이 추락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이 포함된 전문 소매점 비중은 40.7%에서 32.2%로 동반 하락했다. 

의무휴업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도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도입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 동안 소상공인 매출은 6.1% 감소했고 시장점유율은 11.4% 내려앉았다. 

규제 효과에 대해 소비자들도 회의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 6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설문에 따르면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효과가 없다'고 답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70.1%가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라고 답변했다. 또 '의무휴업일에 구매 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옮겨가서'(6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가 뒤를 이었다. 소비자 편익이 오히려 저하됐다고 느끼는 여론도 적지 않다는 방증인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최근 급변한 유통 환경엔 맞지 않는 규제라며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소비 패턴은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대형마트와 SSM 매장에는 소비자 발길이 뜸해진 반면 온라인몰에 수요가 몰리면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까지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3년 38조원에서 지난해 18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9년 만에 4.9배나 몸집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데 오프라인 유통업체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특히 유통산업발전법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고, 10년 전에 만들어진 잣대로 오프라인 업체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소매업 전체 발전과 내수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소비자 후생도 저해한다"고 꼬집었다.

유통산업과 전통시장이 같이 잘살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온라인 유통 확대,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 등으로 유통시장 환경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었다"며 "규제보다는 소비 트렌드와 시대 흐름을 반영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소상공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통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라다 기자 nld8120@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규제에 갇힌 유통산업]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가능해지나.. 규제 완화 움직임에 업계 '기대'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면서 대형마트 업계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이커머스 업체에 밀리고 있는 대형마트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고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한 만큼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추후 유발법 개정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하면 안 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2012년 법제처가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면 지역경제 상생 발전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정부에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대형마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못하면서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온라인으로 재편된 고객 소비패턴을 반영하지 못해 이커머스 업체들에 밀리게 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로 원하는 날짜에 배송을 받지 못하는 것에 불편을 느낀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대형마트 업계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겠다는 기조를 내 건 상황에서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는 이커머스 업체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명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역시 공정위 핵심 과제로 자유시장경제를 위한 '시장 신뢰 회복'을 꼽았다. 공정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온라인 배송 허용 등 공정위가 선정한 44개 규제 개혁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이 전통시장 발전과 소상공인 보호에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라며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지면 평일과 비교해 3배가량 높은 일요일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며, 지방 거주 소비자에 대한 배송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다이 기자 dayi@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