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인건비 부담 가중에 '편의점 무인화 바람'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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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07-1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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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DT랩스토어 외부 전경. [사진=세븐일레븐]

"최저임금이 5%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게 생겼다. 밤에만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서울 영등포구 소재 편의점주 A씨)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5%로 결정되자 편의점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주들을 중심으로 무인점포 전환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건비를 자동화 기계로 대체하는 무인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밤 되면 무인점포 '인기'...전국 무인점포 3000개 육박

10일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빅4'가 운영하는 '무인 편의점'의 전국 점포 수는 총 2780여개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2078개점)와 비교하면 33.9% 증가한 규모다. 

올해 무인점포 출점 속도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 올해 상반기(1~6월 말)에만 703개점이 늘어났다. 한 달에 118개의 무인점포가 생겨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82개점)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무인점포를 선도하는 편의점 업체는 이마트24다. 2020년에 85개 점포에 불과했던 이마트24의 무인점포 수는 지난해 1001개점, 올해 상반기(1~6월) 1331개점으로 폭증했다. 2년 6개월 사이 무려 15.6배나 늘어나 이목을 집중시킨다. 

다른 업체들도 무서운 속도로 무인점포를 늘리고 있다. CU는 2020년 200개점, 지난해 301개점, 올해 상반기 402개점으로 2년 반 만에 100% 이상 증가했다. GS25의 2020년 무인점포 수는 140개점이었다. 이듬해인 작년 말에는 565개점으로 3배가 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717개점으로 2020년 대비 5배가량 성장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2020년 46개점, 작년 210개점, 올해 상반기 330개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인 편의점은 하이브리드형과 상시무인형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대세는 하이브리드 점포다. 해당 편의점은 낮에는 사람이 있고 심야 시간에만 무인화 점포로 변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점포 수를 업체별로 보면 올 상반기 기준 △이마트24 1330개점 △GS25 640개점 △CU 400여개점 △세븐일레븐 290개점 순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CU가 250개점으로 가장 앞서갔지만 이마트24의 무서운 추격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마트24는 지난 한 해만 900여개점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를 추가 출점하면서 업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이마트24는 시범 운영을 끝내고 지난해 7월 본격적인 가맹사업 시작을 기점으로 하이브리드 점포 수를 급속도로 늘리는 모습이다.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2018년부터 국내에 서서히 도입되기 시작했다. 상시 경비인력이 있는 학교나 오피스, 공장, 호텔 등 특수상권 위주로 빠르게 전환됐다. 무인점포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상품 절도 등 보안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자료=각 사]

◆24시간 무인점포도 증가세...기술력 진화가 한몫

편의점 업계는 한 차원 높은 기술이 적용된 '상시 무인(완전 무인) 편의점' 상용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완전 무인 편의점은 24시간 무인 형태로 운영되는 점포를 말한다. 

'완전 무인 점포'도 최근 들어 증가세다. 업체별로는 올 상반기 기준 △GS25 77개점 △세븐일레븐 40개점 △CU 2개점 △이마트24 1개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GS25의 출점 속도가 가장 무섭다. GS25는 2020년 12개점에서 올해 6월 77개점으로 600% 이상 점포 규모를 키웠다. GS25는 하이브리드와 완전 무인점포를 합쳐 올해 하반기 중 추가로 250여개점을 신규 출점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무인 편의점 개점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기술력 진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도입 초기엔 상품 자판기들로만 구성된 하이브리드 편의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신용·체크카드나 QR코드, 안면 인식을 통한 출입 인증시스템은 물론, 계산대 등 결제시스템, 보안 센서 등 한층 진일보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GS25는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환경에서 무인 편의점 점포 관리가 가능한 모바일 원격 솔루션 '무인이오'를 선보였다. 무인이오는 스마트폰에서 무인 편의점의 출입 관리와 제어, 방범 관제 등 점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무인점포를 설치했다고 완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 설비의 오류가 발생할 땐 편의점주가 고객 응대를 해야 한다. GS25 관계자는 "무인이오를 도입하면서 점포 장애가 발생할 때 응대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고 고객이 점포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무인화 바람, 최저임금 급증이 부채질

이러한 편의점의 무인화 바람은 매년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이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4년 5210원이던 최저임금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급상승했다. 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엔 16.4%, 2019년 10.9%로 초반 2년간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가 2020년부터 2.9%, 2021년 1.5%로, 1988년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는 5% 상승률을 보였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올해 대비 5% 인상된다. 이를 고려할 때 편의점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한 달 평균 인건비는 현재 879만원 수준에서 내년에는 45만원 오른 924만원이 될 것이란 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의 주장이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미 편의점주들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편의점주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올해 상반기 기준 월 평균 점포 매출이 4357만원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가맹수수료 등을 지불하면 순소득은 손익분기점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포당 월 30만~45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해 적자점포 비율이 60%에 육박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점 평균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다. 점포당 월 평균 매출 4800만원 중 매출 이익은 23%인 1104만원이다. 여기서 인건비 약 650만원, 월세 약 200만원, 각종 세금 등을 빼면 점주가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심야 시간대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는 별도로 야간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편의점주가 가져가는 실질 수익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편의점주들이 하이브리드 점포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이 악화된 점주들이 무인점포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점포는 전환을 위한 비용과 공간 등에 부담이 적은 편이라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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