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치솟는 물가] 편의점 도시락 뜨고 '최저가' 경쟁…'푸드플레이션'에 달라진 풍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다이 기자
입력 2022-07-09 20:4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그래픽=아주경제 ]

 
지난 8일과 9일 서울 시내 이마트 매장에는 ‘최저가’를 찾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이마트는 지난 4일부터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40대 필수상품을 ‘경쟁사 대비 최저가만 판매한다’는 상시 최저가 전략을 내걸었다.
 
실제 ‘가격의 끝’ 프로젝트 행사 제품들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었다. 제품 가격에 ‘최저가격 보상적립’이라고 적혀있는 제품들은 이마트가 경쟁사보다 비싸게 구매했다면 차액을 E머니로 보상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전날 저녁 이마트를 찾은 소비자 A(33)씨는 “평소 편의점이나 배달 앱으로 장을 보는데 요즘에는 일부러 마트를 찾아 장을 본다”면서 “오늘도 평소처럼 장을 봤는데 기존에는 필요한 것들을 담아도 5만원을 넘지 않았는데 오늘은 8만원을 넘겨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여‧50)씨는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구매하던 제품들도 가격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구입하게 된다”면서 “마트 전단이나 그날 특가 행사상품이 뭐가 있나 찾아보고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이마트 매장에서 ‘가격의 끝’ 할인 매대에서 장을 보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다이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6%까지 상승하면서 24년 만에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치솟은 물가에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2022년 2분기 생활필수품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생활필수품 35개 품목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9.9% 상승했다. 그중에서 밀가루(31.3%), 식용유(23.9%), 참기름(15.5%), 콜라(15.2%), 쌈장(13.9%)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올랐다.
 
◆‘런치플레이션’으로 달라진 점심 풍경…편의점 도시락 불티
점심 시간 여의도와 강남, 종로 일대에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순대국밥은 1만원에 육박했으며, 냉면도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긴다. 평양냉면은 한 그릇에 2만원대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김밥 한 줄도 4000~6000원까지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C(여·35)씨는 점심마다 편의점을 찾는다. C씨는 “여름이라 다이어트를 위해서 점심은 샐러드를 주로 먹는데 샐러드 전문점에서 파는 샐러드 가격은 1만원 이상이라 매일 사 먹기 부담스럽다”면서 “주로 편의점 샐러드를 먹고 있으며, 가끔 밥을 먹고 싶을 때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편도족’이 크게 늘면서 편의점업계의 도시락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GS25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CU의 도시락 매출은 52%, 세븐일레븐은 50%, 이마트24도 43% 신장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무더위까지 더해지면서 외식 대신 편의점 도시락을 즐기는 ‘편도족’이 다시 늘고 있다”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양질의 한 끼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 값 6000원 육박…외식 시장도 위축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없는 물가에  ‘최저가’를 찾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에도 외식 시장에서 소비심리는 점차 얼어붙는 추세다.
 
이제 서울 시내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으려면 1인분에 1만7000~1만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곱창집에서 판매하는 모듬 곱창 판매가는 1인분에 2만원을 훌쩍 넘겨 2만3000~2만5000원에 달한다. 식당에서 유통되는 소주와 맥주 등 주류 판매가격도 1병에 5000원을 넘어서 6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날 홍대앞을 찾은 소비자 D(여·31)씨는 “금요일이라 친구들 넷이서 고기집에서 술을 한잔하려고 나왔는데, 식당에서 곱창을 시키고 소주와 맥주 몇 병을 마시니 2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예전에는 2차, 3차까지 술을 마셔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1차에서 술자리를 마무리하거나 2차는 정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6월 냉면·비빔밥·김치찌개백반·삼겹살·자장면·삼계탕·칼국수·김밥 등 8개 외식 품목(서울 기준)의 평균 가격은 연초 대비 3.8~8.5% 올랐다. 이 중에서 자장면의 평균 가격은 6262원으로 연초(5769원)보다 8.5%(493원)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어 칼국수(6.4%), 김밥(6.4%), 냉면(4.7%), 삼겹살(4.7%) 순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정부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총력
정부는 이달부터 국민들의 물가 부담 경감을 위해 소고기와 닭고기·커피·분유 등 7개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관세법상 할당관세 적용 규정을 개정해 7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할 방침이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물품에 대해 기간을 정해 놓고 일정 수량까지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미국산 소고기 10.6%, 호주 소고기는 16%를 부과받던 관세가 모두 0%로 낮아진다. 수입 닭고기도 현재 20~3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이 역시 무관세가 된다. 커피의 경우 기본 관세율이 생두 2%, 볶은원두 8%였으나, 이번 조치로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수입 분유(전지·탈지)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주정원료인 조주정과 매니옥칩도 무관세가 적용된다. 주정은 소주 외에도 식초, 간장과 같은 식재료와 의약품, 샴푸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에 대형마트 3사는 정부의 한시적 부가가치세 면제 정책 대상 상품에 대해 가격을 10% 인하했다. 또 이 같은 할당관세를 확대 적용해 이달 중 할인 행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추가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은 시기에 맞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행사로 소비자들과 마트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