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파운드리 터닝포인트] 中에 치이고 美 시장 확대도 난항…삼성엔 '비밀 병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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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7-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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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

2019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감과 동시에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이후 3개월 뒤인 4월 24일 일명 ‘비전 2030’을 직접 발표한다.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을 담은 것이다. 

이는 2010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밝힌 ‘5대 신수종 산업 계획’ 이후 약 9년 만에 발표한 이재용 경영 체제의 첫 장기 플랜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톱10 중 유일하게 매출 역성장 …중국 3사, 점유율 10% 차지
‘비전 2030’ 발표 이후 3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업계 내 위상은 여전히 다소 어려운 상태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호황인 가운데 전 세계 파운드리 상위 10개 업체 중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올해 1분기 매출이 역성장했다. 점유율도 2%포인트 하락, 1위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3억2800만 달러(약 6조900억원)로, 작년 4분기 대비 3.9% 감소했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6.3%를 기록, 직전 분기 18.3%에 비해 2%포인트 줄었다.

반면 TSMC의 1분기 매출은 175억2900만 달러(약 2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4분기 대비 11.3% 증가한 규모다. 점유율은 53.6%로, 직전 분기(52.1%)보다 시장 장악력을 키웠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33.8%포인트에서 37.3%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하락의 원인은 TV와 스마트폰 시장의 극심한 수요 위축에 타격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미지센서(CIS)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수요가 약해져 매출 하락에 반영된 것이다. 또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 생산 관련 수율 문제 등도 겹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소규모 반도체 생산 확대로 6~7나노, 12~16나노 공정 매출이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매출 상승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다만 애플의 아이폰13 생산이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최첨단 공정인 4~5나노 매출은 감소했다. 
 

2022년 1분기 기업별 파운드리 매출 및 시장 점유율 [표=트렌드포스]

이런 가운데 중국 파운드리 기업이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SMIC를 포함한 중국 3개사의 합계 점유율이 10.2%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SMIC는 5.6%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했고 중국의 화홍그룹이 6위(3.2%), 넥스칩이 9위(1.4%)에 올라 중국 3개사의 합산 점유율이 10%를 넘겼다. 

특히 트렌드포스는 넥스칩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넥스칩은 2022년 1분기 매출 4억4300만 달러를 기록, 이는 직전 분기보다 무려 2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1.2%에서 1.4%로 뛰었다. 대형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 주력인 넥스칩은 작년 4분기 DB하이텍을 끌어내리고 매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했고, 올 1분기에는 인텔이 인수한 타워를 제치고 9위를 차지했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의 약진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생산 능력 확대 덕분이다. SMIC는 지난해 4분기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97% 늘어난 규모다. 화훙그룹도 작년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51% 투자를 확대했다. 넥스칩도 올해 N2 공장을 구축, 생산 능력 확대에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공정 장비를 대거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생산 능력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 통과 지지부진 …삼성, 테일러 공장 건설 등 투자 계획 난항
중국 파운드리 기업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로선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공언했던 52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법안에 미국 의회의 관심이 낮아지면서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지원금을 기대하고 지난해 투자를 확정한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오는 11월 치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총기 규제 강화 방안 등 정치적 쟁점에 혈안이 된 터라, 반도체지원법에는 관심이 떨어진 상황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국 내 반도체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 규모 지원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지원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반도체 내재화’를 강화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상·하원 의회 사이에서 해당 법안의 구체적 내용과 지원 대상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법안이 장기간 계류된 상태다. 여기다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의회의 관심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결국 올여름 회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 폐기될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7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을 확정한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기업은 미국 정부의 지원금 없이 오로지 자부담으로 투자를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제2공장 착공식이 연기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삼성전자가 양산에 돌입한 차세대 GAA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여기에 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초 3나노 양산...파운드리 위기 돌파 ‘터닝포인트’ 기대
일련의 위기 상황 돌파를 위해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10억분의1m) 반도체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달 30일 공식화한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 양산은 업계 1위 TSMC보다 앞선 세계 최초 성과다. 양사의 3나노 공정 도입 시기는 3~6개월의 시차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비밀 병기’를 발 빠르게 꺼낸 것이다.

특히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반도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은 고조된 상태다. GAA 기반 3나노 공정은 TSMC의 핀펫(FinFET) 방식 대비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였다. GAA 기술을 적용한 1세대 3나노 공정인 3GAE의 경우 7나노 핀펫 대비 소비전력 50%, 칩 면적 45%의 감소 효과와 35%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파운드리는 사업의 특성상 미세공정을 선점해 안정된 양산 능력을 보여줄 때 고객사 확보가 쉽고, 점유율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나노 첫 고객사는 중국의 팹리스로 알려졌다. 미국 퀄컴으로부터도 일부 리저브(예약)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직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을 당시,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한 건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을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란 해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TSMC를 역전하려면 3나노 양산이 절실했기에 빠르게 양산에 나섰다”며 “이제 남은 것은 높은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달성뿐이며 이것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성장 역사에 중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 조직개편을 단행, 이 부회장이 최근 유럽 출장 직후 강조한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생산 설비를 갖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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