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후폭풍] "인상 수용 못해"… 이의제기에 주휴수당 폐지론까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경은 기자
입력 2022-07-11 1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최저임금 이의제기서 제출

  • "최임위 산출식 부적합… 소상공인 지불능력 반영 안돼"

  • 이의제기 받아들일 가능성 낮아… 33년간 재심의 '0건'

  • 주휴수당 폐지, 업종별 구분적용 등 제도 손질 목소리

 

지난 6월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설치된 올해 최저임금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경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지급 주체인 중소기업‧소상공인계는 이번 인상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잇따라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재심의는 여태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영계 일각에서도 재심의 보다는 주휴수당 폐지, 업종별 구분 적용 도입 등 최저임금제도 개선 논의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중기중앙회 이어 소공연 이의제기서 제출··· “지불능력 안 돼”
소상공인연합회는 11일 오후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하는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이의제기를 신청한 데 이어 소상공인업계에서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단체는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소공연은 최임위가 인상률 결정의 근거로 제시한 산출식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재심의 요청의 이유로 들었다.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0%와 관련,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7%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4.5%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2.2%를 뺀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공연은 이의제기서를 통해 “모호한 결정기준에 근거해 기계적 산출식으로 최종안이 결정되는 것을 보면, 최저임금이 과연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종 산출식에는 가장 약한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반영한 사회적 지표가 없다”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취업자증가율 전망치가 소상공인의 ‘지불능력’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소공연은 “4개 결정기준의 자료로 제시된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를 보면, 소상공인 사업체의 평균 종사자수(2.1명)가 포함된 1~4인 종사자 규모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33.6%이며 숙박과 음식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40.2%”라며 “전체업종 평균(15.3%)보다 2배 이상 높은 미만율 지표가 증명하듯,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글로벌 경제위기 경고가 쏟아지는 지금, GDP디플레이터처럼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가요인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지표를 최저임금 산출식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안이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6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소상공인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요구했다. [사진=소공연]

앞서 중기중앙회도 지난 8일 노동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중기중앙회는 이의제기서를 통해 “최임위가 제시한 주된 결정근거인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온전히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중소기업의 열악한 경영환경과 회복하지 못한 지불여력을 우선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나아지고 있는 경제지표와 달리 경기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을 버티면서 늘어난 대출이 금리 인상으로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높은 물가상승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상황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라며 “최임위의 결정근거는 물가상승을 온전히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지우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경총도 지난 8일 노동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하며 “최저임금이 시급 9620원으로 확정되면 주휴수당까지 고려한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1만1500원을 넘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대다수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 이의제기 받아들일까··· 역사상 재심의 사례 없어
이의제기 절차는 최저임금법 제9조 2항에 따른다. 이 조항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근로자·사용자 대표자가 제기한 이의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난 1988년 이후 재심의가 이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재심의가 열린다 해도 경영계의 뜻이 관철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심의에서는 재적위원(27명) 과반수(14명)가 출석해 3분의2(10명) 이상이 재의결안에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되는 만큼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
 
차남수 소공연 정책홍보본부장은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이의제기서를 제출했으나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이번에도 재심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회까지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노동부에서도 상황의 엄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제도 손질해야··· 고개 드는 ‘주휴수당 폐지론’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올해 의결된 최저임금은 다음 달 5일 확정·고시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업종과 관계 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일각에선 이를 대비해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이 지난 6월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관련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코자총]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24개 자영업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주휴수당 폐지론을 꺼내들었다. 주휴수당은 근로자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하루치 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은 1만1544원으로, 사업주 부담이 커진 만큼 주휴수당이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최임위가 최저임금 결정을 번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재심의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일 여건도 안 된다. 주휴수당 폐지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미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 연구 용역을 노동부에 권고한 상태다. 업종 간 지불 능력 차이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종 고시되는 다음 달 5일 이후 연구 용역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연구기관 선정 및 연구 방법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예상되지만, 경영계에서는 구분 적용 논의가 진전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올해 최임위 공익위원들 사이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최임위 권고안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의 필요성과 방법론에 대해 연구를 하기로 한 만큼 내년이나 후년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