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하는 불법 사금융] 불법 금융광고 '30%' 급증…올해는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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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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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법 금융광고가 30%나 급증했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는 이러한 흐름에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저신용자들의 대출 마지노선인 대부업체가 신용이 아닌 담보 대출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합리적 수준에서의 법적 최고금리 재조정 외에도 불법 대출 처벌 수위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단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OO 은행 저금리 상품 이용하세요" 불법 금융광고 30% 급증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불법금융광고 적발‧수집 및 조치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한 불법 금융 광고 수는 102만6965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79만4744건)보다 29.1%(23만1221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부, 공공기관, 대형 시중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해 대출상담을 유도하는 문자메시지가 성행했다. 정부의 공공지원자금이나 금융회사가 연계된 정식 대출상품인 척 가장해 저신용자 고객을 유인하는 식이다. ‘서민 긴급지원’ 또는 ‘근로‧소득 연계형 대출승인’ 등의 문구가 집중 사용됐다.
 
‘방역지원금 긴급지원’, ‘신용보증재단 보증’ 등의 문구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유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만약 실제 상담까지 이어지면 미등록 대부업자의 불법 고금리 대출을 받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불법대부 상담을 유도하는 방식도 성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입된 회원만 게시글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 삭제 등의 조치를 피해갔다. 이후 불법 대출 및 불법 채권 추심 등 추가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했다.
 
개인신용정보 및 통장 등 매매목적의 불법 광고도 증가했다. 이를 통해 불법금융업자에게 넘어간 개인정보 및 대포통장 등은 보이스피싱 및 불법 사금융 등에 악용돼 추가피해를 유발한다.
 
작년 불법 사금융 이동 인원 최대 '5만6000명' 추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제도권 내의 제한된 ‘대출 범위’다.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 취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저신용자들은 대출을 받기 더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들은 돈이 급할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불법 사금융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작년 말 대부업체에서 취급 중인 담보 대출 비중은 52%로 신용 대출(48%)을 넘어섰다.
 
작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최고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간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 우수 대부업체 중 75%의 신규 대출승인 고객 수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비례하게 불법 사금융시장은 팽창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추정한 지난해 등록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000명~5만6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시장에서 이용한 대출액은 6400억∼9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조사에는 대부업 이용자 중 신용평점 하위 10% 집단의 NICE평가정보 자료와 설문 결과가 반영됐다. 불법 대부업체 이용 고객 중 16%는 연 240%를 초과하는 금리를 버텨내고 있었다.
 
금감원은 미등록‧등록 대부업자로부터 최고금리 초과 대출을 받거나 불법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경우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을 초과하는 이자 수취는 불법이며, 초과 부분에 대한 이자 계약은 무효다.
 
법정 최고금리 20%, 전세계서 유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올해 불법 사금융시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등 대형업체가 폐업하고, 산와머니 등 일본계 대형 대부업자들이 신규 영업을 중단한 상황에, 중소업체들은 연체율 방어를 위해 ’담보 대출‘ 중심의 고객만 받고 있다.
 
올 들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조달금리 부담도 한층 가중됐다. 대부업체 입장에선,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객(고신용자)을 더욱 깐깐히 선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대부업체가 저신용자들의 유일한 제도권 내 대충 통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모순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법정 최고금리를 최소 연 24% 수준까지는 올려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수준이 주 이용고객의 연체 위험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이 정상 작용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이들은 해외 사례를 비교 지표로 제시한다. 현재 최고금리를 연 20%로 제한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불과하다. 이 밖에 영국은 288%, 싱가포르는 48%, 프랑스는 29.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기준금리가 제로 금리에 수렴하는 만큼 조달 비용 측면에서 사실상 국내 업체와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 팽창을 막으려면 처벌 수위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현 상황에선) 이자율 위반 사례가 적발돼도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선 형사 처벌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법령 개정을 통해 불법행위를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동시에 법률상 ‘미등록 대부업자’라는 용어를 ‘불법 사금융업자’로 개정함으로써, 소비자의 변별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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