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딸기 찾기(下)] 주요 원예작물 국산화 꿈틀...로열티로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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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7-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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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13개 작물 평균 국산화율 10년 만에 11.3% 증가

  • 최근 7년간 해외에서 벌어들인 로열티 금액 25억원 기록

  • 품목 간 국산화율 큰 격차...수요 만족도 높여야

<편집자주>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부는 가운데 국내 농가에도 K-품종이 보급돼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 K-품종인 딸기는 일본 품종을 몰아낸 주역으로 꼽힌다. 아주경제는 농촌진흥청과 성공적인 딸기 정착 과정을 살펴보고 제2의 딸기가 되길 기다리고 있는 K-품종을 조명한다.
 

주요 국내 육성 품종 국화 '백마'(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키위 '골드윈', 버섯 '세나', 포인세티아 '레드윙'. [사진=농촌진흥청]

지난 10년간 농업계가 추진해온 주요 원예작물 국산화 프로젝트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일부 품종은 해외에서 로열티(사용료)를 벌어들이며 국익에까지 기여하는 중이다. 로열티란 품종보호권이 설정된 품종을 생산·판매할 경우 품종보호권자에게 지급되는 대가다.

다만 아직 품종 간 국산화율이 큰 격차를 보이고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가 수요까지 고려해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있다. 이에 농진청은 딸기와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품종 국산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농진청 등에 따르면 원예작물 4개 분야(채소·화훼·과수·버섯)에 13작목(딸기·양파·장미·국화·난·카네이션·거베라·포인세티아·키위·감귤·블루베리·체리·버섯)의 평균 국산화율이 2012년 17.9%에서 2021년 29.2%로 10년간 11.3%p 증가했다.

특히 딸기는 국산화율이 2012년 74.5%에서 2021년 96.3%까지 오르며 대표적인 국산화 성공 품종으로 꼽힌다. 2005년 딸기 국산화율은 9.2%에 그칠 정도로 대부분 농가가 일본 품종을 이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일본산 딸기가 국내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오히려 한국산 딸기가 일본산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에만 약 61만5000달러어치의 딸기를 수출했다.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쓰이는 꽃인 포인세티아는 ‘제2의 딸기’를 꿈꾸고 있다. 포인세티아는 ‘플레임’, ‘레드윙’, ‘그린스타’ 등 소비자 선호에 맞는 다양한 품종이 40여종 개발되며 국산화율이 2012년 12%에서 2021년 46.4%로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외국 포인세티아 품종은 화분 1개당 로열티를 70~110원씩 해외에 지불해야 한다. 이는 포인세티아 꺾꽂이묘 가격의 10~15%를 차지하는 비용으로 화훼 농가에 부담이 돼왔으나 국산 품종이 등장하면서 생산 비용이 절감되기 시작했다.

국산 포인세티아 품종을 재배하는 화훼 농가 관계자는 “국내 육성 포인세티아 품종은 덮개 잎의 색과 모양이 좋고 생육과 수형 형성이 우수하다”며 “외국 품종 재배 시 부과되던 사용료 부담이 줄어 농가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산 버섯의 국산화율은 60%를 돌파했다. 버섯 국산화율은 2011년 40.2% 수준이었으나 10년 사이 20%p 상승한 것이다. 그 사이 해외에 지불하는 버섯 로열티는 2011년 67억7000만원에서 2021년 38억1000만원으로 줄었다.

농진청은 농가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품종 개발을 버섯 국산화율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대표적 국산 양송이 품종인 ‘새한’, ‘도담’, ‘하담’ 등은 생육 온도 범위가 넓어 기온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어서 고품질 생산이 가능하다.

국산 양송이 품종을 재배하는 버섯 농가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 품종을 사용하다가 생산기간 단축이 가능한 ‘하담’ 품종을 도입한 이후로 특성이 우수한 다양한 국산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며 “국산 품종이 외래종과 비교했을 때 품질과 수확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아 국산 품종이 널리 확산되도록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아주경제]

포인세티아나 버섯처럼 국산화 품종이 증가함에 따라 전체 로열티 지급액도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75억7000만원에 달했던 로열티 지급액은 2015년 123억20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2020년부터 100억원 아래로 내려가 지난해에는 95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로열티는 주로 뿌리나 줄기 등 영양번식으로 증식해 재배할 수 있는 딸기, 참다래, 장미, 국화 등의 원예작물에서 발생한다. 씨앗종자에는 로열티 개념을 적용하지 않으며 종자 대금에 연구개발비가 포함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품종개발비 5% 수준이 로열티로 계산된다.

품종별로는 버섯이 10년 동안 19억6000만원이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이어 장미가 2012년 35억4000만원에서 19억8000만원으로 15억6000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난은 22억원에서 7억8000만원으로, 키위는 25억원에서 18억3000만원으로, 국화는 9억1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우수한 국산 품종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해외에서 로열티를 받는 품종도 늘어났다. 최근 7년간(2015~2021년) 해외에서 로열티를 벌어들인 작물은 5작목(장미·딸기·국화·키위·이탈리안라이그라스) 30품종으로 금액은 약 25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과 녹색 장미 ‘그린뷰티’ 등 장미 14종은 주당 0.4달러씩 로열티를 받으며 최근 7년간 약 24억원을 벌어들였다. 한 장미 농가 종사자는 “국산 품종 개발로 로열티를 절약할 수 있어 농가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며 “최근에 개발된 국산 장미 품종들을 추가 도입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충남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딸기 ‘매향’과 ‘설향’, 경남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딸기 ‘금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딸기 ‘고하’, ‘무하’ 등은 미국, 베트남, 미얀마,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재배되며 로열티를 받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농진청이 일본 품종인 한라봉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감귤 ‘탐나는봉’을 통해 감귤 품종 첫 미국 진출 성과를 거뒀다. 계약 기간은 2035년까지이며 주당 1.25달러를 받으며 앞으로 14년간 총 로열티 3억6500만원을 벌어들일 계획이다.

이 밖에 농진청이 개발한 국화 품종 ‘백마’, 참다래 품종 ‘제시골드’, ‘한라골드’, 이탈리안라이그라스 품종 ‘그린팜’, ‘코윈어리’ 등도 해외에서 로열티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국산 품종 개발이 더딘 품종도 있다. 특히 과수 품종 중 블루베리와 양앵두(체리) 국산화율은 10년째 0%를 기록 중이다. 최근 미국에 진출한 감귤 품목 국산화율도 3.2%에 그친다.

기후변화도 품종 국산화 사업에 고려해야 할 변수로 떠오른다. 지구온난화 탓에 국내 주요 작물의 재배 가능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진청은 사과 재배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와 복숭아 재배지 역시 209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으로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감귤 재배 한계선은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단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한 중부 내륙 전역으로 재배지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소비자뿐만 아니라 작물 생산자인 농가 수요에 맞는 품종이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농가가 기후변화 등에 따라 국산 품종을 재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국산화 품종 사업에 대한 호응도가 낮아지면 다시 해외 품종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앞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장수요 맞춤형 품종을 육성·보급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품종의 국산화율을 지속해서 높여 로열티를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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