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경제학] "위기를 통합·대도약 기회로"…커지는 8·15 경제인 大사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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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7-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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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한국 경제 위해 사법 족쇄 풀어야" 한목소리

  • 한 총리 "경제인 사면, 국민 눈높이 어긋나지 않아"

  • 이재용·신동빈 등 재계 총수, 사면 이뤄질지 주목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광복절을 앞두고 정·재계 안팎에서는 ‘경제인 특별사면’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초유의 복합 위기 속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사면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재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사면이란 점에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간절함도 감지되고 있다.
 
'역동적 경제' 내세운 尹 정부, 경제인 사면 여론전
18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윤 정부는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의 명분에 대해 그동안 줄곧 강조해온 ‘역동적 경제’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중심 경제를 기치로 내건 만큼 경제인 특별사면을 통해 기업 활동의 역동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를 강조할 것이 유력시된다.

실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경제인 사면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 포럼에서 경제인 사면에 사실상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경제인 사면은 대통령께서 하는 통치권적 차원의 권한”이라면서도 “어느 정도의 처벌 내지는 그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마 우리 경제나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도 그렇게 어긋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미 형기를 마쳤거나, 가석방으로 풀려난 경제인들이 대폭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여권에서는 아예 공개적으로 대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돌아오는 광복절에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를 대대적으로 사면하고 경제 대도약을 위해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제계 인사를 대사면 해 국민통합과 경제 대도약의 계기로 삼도록 윤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초 “보통 집권 1년 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했다”며 임기 초 사면론에 불을 지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민생, 경제 문제가 어려우므로 기업인에게 좀 더 활발히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인 사면론에도 긍정론을 폈다.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총리 [사진=연합뉴스]

 
두 번 사면 받은 최태원 회장도 “우리 경제에 도움 될 것”
경제계에서도 대한민국 경제가 초대형 복합 위기인 현재 상황을 ‘퍼펙트 스톰’으로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일부 경제인의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이후 취업제한 논란으로 경영활동이 쉽지 않다. 해외에 나가려면 법무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와 별개로 삼성물산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 부정 회계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매주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신 회장도 국정농단 사건과 배임·횡령 혐의로 지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취업 제한 상태는 아니어서 출소 이후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2023년 10월까지 집행유예 상태로 경영 활동 과정에서 여러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두 차례 사면을 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경제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면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재계는 이미 1년 전부터 경제인 사면을 건의해왔다.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윤 정부 들어 이미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은 향후 5년간 총 6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재계가 정부에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약속한 만큼, 재계에서는 정부가 나설 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달부터 재계가 앞다퉈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전사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경제인 사면론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서 고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으로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탠 것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수 확보한 재계 총수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비단 국가적 행사 유치뿐만 아니라 경제 위기 상황에서 총수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사면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이 1차 안을 내면, 이를 법무부에서 세부 검토한 뒤 대통령실이 재검토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통해 사면 대상이 결정된다. 
 
기업인 사면 효과? 응답자 절반 이상 “도움 된다”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이 거론되면서 이에 따른 효과에도 정·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한 가운데 공급망 위기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삼성 등 글로벌 초우량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국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주요 의사결정을 지휘할 총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8일 경제계와 학계에 따르면 그동안 경제인 사면에 따른 효과는 국익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위기 극복과 경제 살리기’를 앞세워 투자를 확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최태원 SK 그룹 회장, 이재현 CJ 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구속수감 중이던 기업인들은 각각 사면과 석방으로 풀려나 의욕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특히 최 회장은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8월에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 2015년 광복절에 두 번째로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두 번째 사면 직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오는 2024년까지 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 등에 46조원 투자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경기 이천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 M14를 설립했고 뒤이어 2018년 청주 M15, 지난해 2월 이천 M16 등 생산시설 3곳을 잇달아 구축했다. 

롯데그룹도 신 회장이 출소한 직후인 2018년부터 5년간 국내외 모든 사업 부문에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의 신규 고용을 선언했고 현재까지 이를 추진해오고 있다. CJ 그룹도 2017년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식품, 바이오, 문화사업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인 1996년과 2009년 두 차례 사면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국가 숙원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공로가 크다. 두 번째 특별사면을 받은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글로벌 외교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올림픽 공식 후원자로서 금전적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이런 전례를 경험한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0.2%가 기업인 사면에 찬성했다. “기업인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3.1%에 달했다. 또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1.7%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적극 찬성한다”는 응답률도 52.2%였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경쟁과 공급망 위기, 치솟는 원자재 가격 등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눈앞에 둔 일촉즉발의 경제 환경 속에서 리더십 있는 경제인이 필요하다”면서 “광복절 경제인 특별사면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경제회복에 주력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민간이 주도하는 역동적인 경제’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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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쟁이 이재용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주세요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현지채용 한국인근로자에 갑질, 언어폭력을 일삼고 개선에 응하지 않고
    한국인 근로자를 억압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악덕기업주 이재용
    - 주요 내용
    1. 부당해고 : 입사 설명회 시 정년 보장 약속 하였음
    ☞ 그러나 매년 몇 명씩 퇴사 조치하고 있음, 언제 해고 될 지 모르는 상태 근무하고 있음
    2. 주말(토,일) 강제 출근 요청에 의한 강제노동으로 주말 휴식 미 보장
    ☞ 쉬는 토요일 강제 근무시키고 특근비 미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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