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위한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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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7-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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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의 개선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으로 분류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 20~30대는 언제든 지방으로 이전할 '위험이 있는' 공공기관을 기피한다.

최근 만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지방이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지방이전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부터 내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채용이라도 할라치면 지원자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니 조심스러울 만도 하다.

이쯤 되면 정부는 균형발전을 앞세워 공공기관 이전을 강제하기 전에 왜 공공기관들이 이토록 지방이전을 기피하는지 알아야 한다.

지금 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들이 있는 지역은 대부분 허허벌판에서 시작한다. 자녀를 위한 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식당가도 형성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 밀집해 있는 울산 혁신도시에서 KTX를 이용하려면 울산역까지만 30~40분 걸린다. 서울 출장이라도 가는 날에는 길에서만 왕복 8시간 이상을 허비한다.

환경부 산하기관의 이전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 충남 내포신도시도 아직 인프라와 학군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다. 당장 KTX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아 이전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벌써부터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어린 직원이 내려오면 놀 곳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고, 결혼을 한 직원들은 자녀의 교육 문제로 아이를 서울에 두고 주말부부를 택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지방근무 인식조사'에 따르면 구직 청년 넷 중 셋은 지방근무를 기피한다고 하니 힘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세종·대전이 수도권 청년들이 근무를 고려하는 '지리적 마지노선'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데는 가족·친구 등 네트워크 부재(60.7%)와 생활·문화 인프라 열악(59.8%)이 가장 컸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청년 눈높이에 맞게 지역 생활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이에 맞는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인프라와 유인책 없이 무작정 지방으로 이전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 생활여건 개선과 지역 거점도시 육성을 우선적으로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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