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인테리어] '고무줄 가격에 분통'...집수리·리모델링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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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7-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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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테리어 박람회에 몰린 관람객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인테리어나 집수리와 관련한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리모델링 하자보증보험'이라는 새로운 제도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젊은 층, 집 관심·인테리어 열풍에 '별별' 피해사례 속출

최근 2~3년 동안 인테리어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은 크게 늘어났다. '영끌'(최대한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함) 열풍이 부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 자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임대살이를 하더라도 자신의 개성에 따라 집을 꾸미고 싶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소셜미디어(SNS) 등지에선 인테리어 관련 게시물과 광고도 대폭 늘었다. 실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지난해 인테리어 관련 월평균 소비지출 역시 2020년 대비 약 19.2%나 증가했다. 

반면 인테리어 수요가 늘어난 동시에 인테리어 시공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부실시공뿐 아니라 하자보수 거부, 심지어는 '먹튀'(공사대금을 받고 도망감) 계약서 작성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 입주 예정이었던 A씨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인테리어 업체에 3.3㎡당 200만원씩 총 4000만원(전용면적 66㎡) 규모의 공사를 맡겼다. 그러나 약 한 달간의 시공 과정에서 많은 하자를 발견해 수리·교체 등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응하지 않았고 결국 공사 업체를 교체하고 두 달 만에 입주했다. 

그런데 입주 한 달 후 처음 공사를 맡겼던 업체가 설치한 세면대가 붕괴했고 파편이 튀어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 A씨는 하자보수를 요청했지만, 업체는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다. A씨는 해당 업체가 실내건축면허도 없던 곳이라고 분통을 터뜨렸고, 업체는 A씨가 공사대금을 일부 미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현재 법적 분쟁 중이다.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은 고객들을 속이고 계약서를 작성한 후 이른바 ‘먹튀’를 한 인테리어 업자에게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해당 업자는 신용불량자 상태로 사업자 등록이 안 되자 연인의 명의를 도용해 사무실을 차리고 고객들의 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그가 공사대금을 받아도 인테리어 시공을 할 능력이 없음에도 계약서를 작성해 고객들의 돈을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를 복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명령과 함께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달 초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의 이용약관을 분석한 결과, 시공 책임은 시공업자에게 있고 플랫폼 업체는 통신판매중개자 지위를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들은 온라인 견적을 통해 시공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의 인테리어 사례 공유 등을 통해 서비스 예측에 성공해 이전엔 인테리어시장에 접근하지 못했던 수요를 흡수해 급격히 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테리어시장은 사후처리나 피해 보상이 어려운 '깜깜이 시장'으로 남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1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중개플랫폼 업체의 연대책임을 부여하려 했지만, 현재는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현황과 피해 유형 [자료=한국소비자원]

이와 같이 인테리어시장은 불투명한 시공 가격과 예측하기 어려운 품질로 인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상당히 어려운 시장이다. 2021년 소비자 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주택 수리 및 인테리어 서비스 시장은 ‘미흡 시장’으로 분류됐고, 해당 시장의 불만 처리 만족도는 60.0점에 불과하다. 불만족 사유는 설비 하자·제품 불량(73.1%), 연락 두절·폐업(17.7%), 계약취소·위약금(4.5%)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년간(2018~2021년)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1752건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568건이나 접수되며 전년(412건) 대비 37.9%나 급증했다. 앞서 2019년(426건)에도 전년(346건) 대비 23.1%나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해 공사 등 대면 활동이 위축했던 2020년(412건)에만 감소세(-3.3%)를 보였다. 이 기간 하자보수 미이행 사례는 429건으로 24.5%를, 시공 품질 미흡 사례는 249건으로 14.2%를 차지했다. 

◆ 소비자 주의사항 '비현실적'...보험 제도 통해 선택권 넓혀야

이와 관련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실한 리모델링 공사의 피해 사례가 지속하는 것은 인테리어 하자보수 처리 수준이 시장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향후 리모델링 공사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전체 건축물 중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은 39.6% 수준인 데다 주거용으로 한정할 경우 49.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한 소비자 주의사항이 비현실적이거나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표준계약서는 비의무사항인 데다 상세조건 명기 역시 업체가 거부할 수 있고, 소비자의 입장에선 현장에 상주하며 시공과정을 감독할 수 있거나 하자를 입증할 자료를 모으는 등 현실적으로 충분한 시간과 전문성을 갖추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이행(하자)보증보험' 등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실효성도 불충분하다. 이 결과 공사업체들이 하자보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 1500만원 이상의 공사는 전문건설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가 맡아야 하는 법규 등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빈번해졌다는 것이 이 위원의 진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제안한 리모델링 하자보증보험 구조도 [자료=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에 따라 이 위원은 선제적으로 피해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형 리모델링 하자보증보험'을 제시했다. 이는 일본의 '리폼 하자책임보험' 등 해외 사례를 국내 실정에 맞춰 제도화한 방안이다. 

일본의 리폼 하자책임보험은 임의가입을 통해 우리나라의 리모델링 공사에 해당하는 리폼 공사의 하자·결함을 복구하는 소요 비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특히 시공 후 하자발생 가능성을 낮추도록 업체의 '성실 시공'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주자와 함께 가입을 신청한 건설 사업자가 보험사에 설계도면을 제출하면 보험사는 서류대로 공사가 진행됐는지 현장을 점검하고 보험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보험이 인수되면 공사 종류와 범위에 따른 보증기간 내 발생하는 하자보수 비용의 일부 혹은 전부를 보험사가 지불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업체 양측은 모두 하자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업체 입장에선 해당 보험 인수율이 높아질수록 우량 업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적격 업체를 선정하길 원하는 소비자에게도 참고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위원은 이와 유사한 방식의 리모델링 하자보증보험 제도를 신설해 소비자의 선택권 증진과 권익 보호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는 소비자가 사전에 등록된 건설사업자를 통해 보험 가입을 신청하면, 보험사가 공사가 마무리된 건물에 전문인력을 투입해 검사한 뒤 가입을 받는 구조다. 보험료는 보증 수수료와 현장 검사비로 구성되고, 부실시공 현장은 보험 가입이 불허됨으로써 공사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한다.

일본의 리폼 하자책임보험과 차별점은 건설사업자들이 보험에 사전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소비자가 보험사에 직접 하자 판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도 추가했다. 건설사업자가 하자보수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를 사전에 차단해 소비자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실효성 있는 보증보험의 가입이 가능한 업체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고 공사업체의 자발적인 수준 상향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서울시 집수리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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