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반도체 광인'에서 '부패 기업인'으로…중국 칭화유니 회장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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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7-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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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감 몰아주기' 혐의 조사설

  • 양치기→칭화대 수재→사업가→반도체 사령탑

  • 반도체 기업들 "닥치는 대로 사들여"

  • 맹목적 M&A '부메랑'···38조원 빚더미 '파산 위기'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인 칭화유니(紫光, 중국명·쯔광)그룹을 이끌었던 자오웨이궈(趙偉國) 전 회장이 불법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그룹을 10년 넘게 진두지휘하며 ‘반도체 광인(狂人)’이라 불렸던 그에겐 이제 칭화유니를 파산으로 몰고 간 장본인, 부패한 기업인이란 꼬리표가 따라붙게 됐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조사설'
26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자오웨이궈 전 회장이 이달 초 베이징 자택에서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자오 전 회장이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의 설비 구매조달, 인테리어 공사 등 일감을 공개입찰을 통하지 않고 자기가 보유한 개인 회사에 몰아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구조조정 절차가 일단락된 가운데 나온 소식이다. 

지난 11일 칭화유니 및 산하 자회사는 기존의 최대 주주였던 칭화홀딩스와 베이징젠쿤(健坤) 투자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00%가 모두 베이징 즈광신(智廣芯) 홀딩스로 이전됐다고 발표했다. 

즈광신 홀딩스는 2021년 12월 파산 위기에 몰린 칭화유니그룹을 약 90억 달러에 인수한 전략적 투자자인 베이징즈루(北京智路)와 베이징젠광(北京建廣) 자산관리가 설립한 회사다. 중국 광둥·후베이 등 여러 지방 정부와 국유기업이 즈광신 홀딩스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자오 전 회장은 당시 국유기업 중심으로 진행된 파산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되자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번 인수작업이 완료되면서 즈광신 홀딩스 회장인 리빈(李濱)이 칭화유니그룹 회장 및 총경리에 올랐다. 이로써 ‘자오웨이궈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양치기→칭화대 수재→사업가→반도체 사령탑
칭화유니는 ‘칭화대학교 주식회사’인 칭화홀딩스 산하 국유기업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한방음료를 제조하는 보잘것없는 기업이었다. 다 망해가던 칭화유니를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으로 일으킨 게 자오웨이궈다.

지식인이었던 그의 부모는 과거 마오쩌둥 시절 정신개조를 위해 신장위구르 지역 외딴 시골에 하방(下放)됐다. 양치기를 하며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오는 악조건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해 중국 명문인 칭화대 전자공학과 학사·석사까지 마쳤다. 졸업 후 칭화유니그룹에 배치된 그는 2000년 칭화홀딩스 산하 첫 반도체 기업인 퉁팡마이크로전자(同方微電子) 창업에도 동참했다. 그렇게 칭화유니와의 ‘인연’의 끈은 시작됐다. 

하지만 국유기업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그는 얼마 후 사표를 던지고 직접 젠쿤(健坤)그룹이라는 투자회사를 차리고 부동산·광산에 투자해 떼돈을 벌었다.

이후 2010년 경영난에 처한 칭화유니 고위 경영진이 SOS를 보내자, 자오는 젠쿤그룹을 동원해 칭화유니 지분 49%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된다.
 
반도체 기업들 "닥치는 대로 사들여"
반도체와 전혀 무관했던 칭화유니는 자오의 지휘 아래 반도체 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완전히 바꾸기로 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반도체 기술이 전무했다. 자오는 사업가답게 일단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가 첫 인수 타깃으로 삼은 건 미국 반도체 기업 스프레드트럼이다. 2013년 17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사들였다. 이때부터 칭화유니의 '반도체 기업 쇼핑'이 전개됐다.

이듬해에는 9억7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반도체기업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집어삼켰다. 오늘날 화웨이 산하 하이실리콘에 이어 중국 2대 모바일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로 자리매김한 유니SOC(紫光展銳)는 바로 자오가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통합해 탄생시킨 것이다.

칭화유니는 이어 2015년 25억 달러를 투자해 휴렛팩커드 자회사 H3C 지분 51%도 인수했다. 스프레드트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H3C, 이들 3개 반도체 기업을 줄줄이 인수하는 데 들인 자금만 50억 달러에 달했다. 

실패의 쓴맛도 봤다.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인수 시도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수포로 돌아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 인수도 시도했지만, 또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메모리반도체를 만들겠단 꿈은 버리지 않았다. 그리곤 2016년 창장메모리(YMTC)를 설립해 메모리반도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오의 최종 목표는 삼성전자가 되는 것이었다. 2017년 4월 닛케이아시안리뷰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세계 5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되겠다"고 장담했다.

특히 칭화유니가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는 시진핑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하던 때였다. 게다가 칭화대학교 산하 회사라는 후광도 작용해 칭화유니는 국책은행에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 칭화유니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으로 적극 미는 대표 기업이었다.
 
맹목적 M&A '부메랑'···38조원 빚더미 '파산 위기'
중국 현지 경제잡지 재경천하주간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칭화유니의 인수합병(M&A) 건수만 60건이 넘는다. 

하지만 공격적 인수합병은 거액의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총부채는 46억4700만 위안에서 2000억 위안(약 38조원)으로 44배 늘었다. 2016년부터 5년 연속 적자 행진도 이어갔다.

2018년부터 칭화유니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수차례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좀처럼 빚더미에 앉은 회사에 투자하려는 기업은 없었다. 결국 칭화유니는 핵심 계열사인 유니SOC와 유니스플렌도어(紫光股份) 지분을 내다팔아 자금 마련에 나섰다.

그럼에도 2020년 10월 결국 첫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며 부채 위기의 블랙홀에 빠졌다. 이후 2021년 상반기까지 칭화유니는 모두 6차례에 걸쳐 디폴트를 선언했다. 총 디폴트 액수만 70억 위안에 육박한다. 결국 자체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지난 2021년 7월 파산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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