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온라인 재판' 시대 열렸다…전국으로 확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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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7-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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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부터 근거 법령 마련

  • 일부에선 악용사례 우려

"여기 파란색 포일 패키지 3개, 빨간색 포일 패키지 5개가 있습니다. 5개의 빨간색 포일 패키지에 들어있는 분말은 총 중량이 1.4g을 초과하는 헤로인이며, 3개의 파란색 패키지는 0.283g의 합성 약물(메타페타민)입니다."

사건의 담당 검사가 증거품을 분할된 화면을 통해 설명하면서 이 물품들이 모두 피고인의 주머니와 집에서 압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 화면의 다른 화면에서는 이 사건의 피고인 A씨가 기소 내용을 인정하며 캄티엔 시장 골목 일대에서 마약을 사들여 중독자들에게 팔아 이익을 봤다고 증언했다. 

 

하노이 동다구에서 열린 온라인 재판 법정.[사진=베트남 법률신문(CongLY) 온라인판 캡처]


지난 4일, 하노이에서 열린 첫 온라인 재판의 한 장면이다. 하노이 동다구 인민법원은 이날 불법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된 A씨(42)의 1심 공판을 법원과 구치소에서 이원 생중계로 열었다. 이번 온라인 재판을 통해 담당 판사는 피고인의 범죄가 재범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감안해 4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500만동(약 28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번 동다구 인민법원의 재판은 인민법원 방송과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도 동시에 중계됐다. 법원은 공식 웹사트에서 실시간 전송으로 대중이 재판을 시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법원은 전용회선을 구치소까지 연결하는 작업이 지연됐다면서 재판 준비, 서류와 문서의 디지털화, 재판이 진행된 두 지점(법원과 구치소)에서 전용선의 보안준비가 사전에 세심하게 준비됐다고 밝혔다. 또 초기 절차는 일반적인 법원 절차와 동일한 절차를 준수했다며 향후 이 같은 온라인 재판의 진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근거 법령 마련...온라인재판 통한 행정효율화 기대
베트남에서 온라인(원격영상) 재판이 본격화되고 있다. 베트남의 온라인 재판은 지난 3월 22일 투득(Thu Duc)시 인민법원에서 처음 열린 이후 랑선, 다낭, 닌빈, 하노이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베트남 온라인 재판의 법적 근거는 결의안 제33호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해 11월, 재적 의원 499명 중 468명의 찬성(93.79%)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재판을 시작하는 관련 규정을 의결했다.

온라인 재판의 가장 큰 특징은 소송 당사자와 참가자가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원거리 출정에 따른 경비 절감과 출정 과정에서의 보호장비 사용 등을 피할 수 있고 또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심리적 위축 없이 재판에 임할 수 있는 점들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3월, 베트남 남부 투득시에서 베트남 최초의 온라인 재판이 열렸다. [사진=베트남 법률신문(CongLY) 온라인판 캡처]


온라인 재판은 세계적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 유럽 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각국 정부는 행정 효율화 방침에 이어 코로나19 시기와도 맞물려 온라인 재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지난 2020년 2분기의 모든 심리를 원격으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온라인(원격) 재판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대비 3배 이상 상승한 697건을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는 온라인 재판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베트남은 ‘국가비전 2040’을 통해 20년 후 자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두고 정부행정의 효율화, 전자정부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부각하고 있다. 

팜민찐 총리는 앞서 국회 연설을 통해 “이미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법원의 운영 효율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법원은 디지털화를 수행하고 국민들이 온라인으로 사례 파일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악용사례 우려…구체적인 원칙과 규정의 필요성 제기
한편에서는 베트남의 온라인 재판 확산에 대한 우려도 일부 제기하는 모습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온라인 재판은 전통적인 절차의 형태로 대면 재판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람티안투엣 닌빈성 인민법원장은 “네트워크 환경이 법적 절차에 영향을 미치고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법원에서 보안과 질서를 보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법원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환경에도 보안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최초로 온라인 재판을 주재한 응우옌반탄 투득시 인민법원 수석판사는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 피고인이 협조하지 않는 점,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할 수 있는 점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관영매체 베트남넷(VietnamNet)은 온라인 재판은 개인 정보, 심지어 국가 비밀까지 노출될 수 있다며 누군가가 인터넷에 침입하여 정보를 도용하거나 기타 불법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시 호안끼엠구에 위치한 베트남 최고인민법원(대법원)의 본관 전경.[사진=베트남 법무부]


관련해 베트남 법무부는 온라인 재판의 예외 조항을 두고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33호 결의문에 따르면 인민법원은 간단한 상황과 특성을 지닌 형사, 민사, 행정 사건의 1심 재판과 항소심 재판을 위해서만 온라인 재판을 할 수 있다.

또 국가 기밀과 관련된 형사사건과 민사사건,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범죄에 관한 형사사건, 평화에 대한 범죄, 반인륜적인 범죄 및 전쟁 범죄에 대한 형사사건 등에 대해서는 온라인 재판이 진행되지 않도록 했다.

레티응아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장은 “온라인 재판은 향후 정부 행정의 효율성 면에서는 많은 기대가 된다”면서도 “효과적인 소송 활동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과 원칙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판 중 정보의 보안, 질서,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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