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선물 받은 바이든 "뭘 해줄까"…방미 광폭행보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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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7-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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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조 대미 추가 투자에 바이든 "생큐" 연발

  • 한국전쟁 기념공원 들러, 동맹 강화 전도사

  • 칩4 동맹 추진엔 유보적, 中 반발 의식한듯

[그래픽=아주경제 DB]

최태원, 美에 29조 투자 발표하자...바이든 "생큐, 토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방미 기간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이례적인 환대를 받아 화제다. 22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를 건넨 데 따른 호응이었지만, 한·미 간 경제적 밀월기 진입을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 이튿날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제막식에도 참석하며 한·미 동맹 강화 전도사 역할까지 자임하는 등 광폭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선 연신 '생큐'가 터져 나왔다. 최 회장이 22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추가 투자를 약속하면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당초 예정됐던 최 회장과의 대면 면담을 화상으로 대체했다.

최 회장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과 함께 백악관 회의실에 자리를 잡은 뒤 관저 집무실의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의 물리적 거리는 불과 180m 정도였다. 회의 분위기는 더없이 화기애애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최 회장을 '토니(Tony)'라고 부르며 안부를 물었다. 토니는 최 회장의 영어 이름이다. 이어 "원래 당신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라며 코로나19 감염으로 대면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최 회장이 대미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환하게 웃었다. 

SK 측에 따르면 220억 달러 중 150억 달러는 메모리 반도체 연구개발과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50억 달러는 그린에너지 분야에, 나머지는 바이오 과학과 바이오 의약품 등에 투입될 계획이다. 최근 SK가 발표한 바 있는 70억 달러 투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투자액은 300억 달러에 근접한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건 대단하고 중요한 일이자 역사적인 발표"라며 최 회장의 통 큰 결정에 흡족함을 드러냈다. 한·미가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주는 선구적인 내용이라고도 치켜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해줄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220억 달러의 파급력은 셌다. 그는 최 회장이 재차 백악관을 방문할 경우 강제로라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겠다는 제안까지 건넸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 회의를 마친 뒤 미국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오늘 백악관에서 SK그룹 회장과 만났다"고 적은 뒤 백악관을 떠나는 최 회장에게 먼발치에서 손 인사하는 사진을 올렸다.
 
바이든 만난 다음 날, 한국전쟁 참전용사 유족 위로
최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 다음 날인 27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제막식에 참석하면서 한·미 우호도 다졌다.

특히 한국전 참전 영웅으로 기념공원 건립을 이끌었던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 여사를 만났을 땐 허리를 숙여 손을 맞잡으며 예의를 갖췄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5월에도 기념공원을 방문해 추모비에 헌화한 뒤 존 틸럴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전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나 추모의 벽 건립 기금으로 100만 달러를 쾌척한 바 있다. 한국 기업 중 첫 사례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식에 참석해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 여사를 만나 고인을 기리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SK그룹]

최 회장은 이날 제막식이 파한 뒤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100만 달러 기부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추모의 벽은 한·미 동맹의 큰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건립 공사가 잘 돼 미국의 심장부인 이곳에 잘 지어지면 많은 사람의 기억에 계속해 남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칩(Chip)4 동맹'과 관련해 중국 사업이 많은 SK에 부담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최 회장은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얘기"라면서도 "칩4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 정부나 다른 곳에서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 저희한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칩4 동맹은 미국이 반도체 강국인 한국·일본·대만과 손잡고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사안이다. 

최 회장은 한·미 간 경제협력 방향을 두고선 "장점이 잘 결합하면 저희 경쟁력과 대한민국 성장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하드웨어적인 생산 능력과 기술 역량 등이 상당히 뛰어나다. 미국은 커다란 시장이고, 우리가 조금 더 보강해야 할 소프트웨어적인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잘 결합하면 디지털 테크놀로지 위에 바이오 테크놀로지가 성장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두 가지를 다 합치면 좋은 경제적 동맹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 간의 대화 내용이 알려지자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의 한국에 칩4 가입을 압박하고 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가입에 대해 한국이 신중한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주요 기업을 설득하거나 압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며 "중국을 제외한 독자적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을 자국 통제 아래 두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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