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디스플레이] '세계 1위' 방심한 사이 中 업체에 자리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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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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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LCD 기반 디스플레이 점유율 42%...한국은 33%로 17년만에 2위 밀려나

  • 中 정부, OLED 1억장 목표 지원 총력…한국은 제조설비 6% 공제 전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LCD 패널 가격과 출하량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현상으로 인해 OLED 수요도 불안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LCD 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추격한 결과 한국 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상태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OLED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선 오랜 시간 세계 1위에 도취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방심한 사이 쉽사리 중국 기업에 자리를 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BOE 공세에 쫓기는 삼성D...LG디스플레이, 2년 만에 적자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강점을 보였던 중소형 OLED에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에 쫓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는 등 실적마저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글로벌 모바일·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확보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의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 시리즈에 OLED를 독점 제공해왔다. 하지만 오는 9월 출시를 앞둔 ‘아이폰14’의 물량을 중국 BOE와 나눠 맡게 됐다. 게다가 같은 계열인 삼성전자도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워치6’ 신제품에도 중국 BOE의 OLED 패널이 탑재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7일 매출 5조6073억원, 영업손실 488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9.5%,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다. LG디스플레이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지난 2020년 2분기 이후 8분기(2년) 만이다. 앞서 일부 증권사들은 영업손실 규모가 최대 43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실제 영업손실은 5000억원으로 더 늘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설 자리를 잃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야금야금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41.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33.2%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한국이 1위 자리를 내준 건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저가 공세로 LCD 시장 패권을 거머쥔 영향이 크다. 중국 최대 패널 업체 BOE는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대 LCD 제조사가 됐다. 2018년 BOE는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양산을 시작했는데 7조원을 쏟아부은 이 공장으로 인해 한국은 그해 LCD 1위 국가 지위를 중국에 내줬다. 이후 중국은 지난해 LCD 매출 286억 달러로 전체 LCD 시장에서 26.3%를 차지했다.

특히 2020년부터 확산한 코로나19로 인해 TV·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증가하고 LCD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BOE, 차이나스타(CSOT), 톈마, 비전옥스 등 중국 기업 매출이 크게 늘었다.
 

中 업체, LCD 이어 OLED 투자 속도..."우리도 반도체처럼 과감하게 지원해야"

중국 업체는 비단 LCD뿐만 아니라 프리미엄급 디스플레이인 OLED 투자에 속도를 내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BOE는 올해 OLED 패널 생산량을 70% 늘리기로 했다. 패널 생산량이 지난해 6000만장에서 올해 1억장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BOE는 현재 청두에 새로운 OLED 패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말 청두 신공장에서 설비를 가동한다는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 1분기 BOE의 플렉시블 OLED 출하량은 2020만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BOE의 플렉시블 OLED 점유율은 21.8%로, 전년 동기 대비 6.1%포인트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BOE가 중소형 OLED 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를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스플레이가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정부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기업에 토지와 용수, 전기 등을 무상 지원하고, 투자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 설비도 대부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공장 건설에서 정부 혜택이 전무한 상황이다. 제조 설비도 최대 6% 세액 공제가 전부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디스플레이 사업자들이 원자재와 소모품도 수입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입 설비에 대한 세금도 6년 동안 분할 납부를 허용한다. 이 같은 혜택은 2030년까지인데 기존 정책이 3~5년 단위였던 것에 비하면 더 파격적인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 업계에 대한 지원에는 적극적인 반면 디스플레이에는 국내 수출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정부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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