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저축은행 자산 100조원 성장의 '어두운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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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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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작년 7월경, 저축은행 업권은 떠들썩했다. 전국 업체의 총 합산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섰다는 ‘깜짝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꼭 10년 만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우리(저축은행) 업권도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그간의 성과를 자축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저축은행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금융당국의 날카로운 총구가 저축은행을 향하고 있는 게 이유다. 총을 겨누기 전부터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실탄을 충분히 장착해왔다. 업체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을 못했던 터라, 원활한 대비가 쉽지 않다.
 
최대 아킬레스건은 ‘사업자 주담대’ 작업대출이다. 이는 그간 ‘암암리’에 묵인돼왔던 은밀한 관행이다. 개인 집을 쇼핑몰 등 사업장으로 위장해 대출을 진행하는 식이다. 사업자등록 여부를 일괄 조회해보면 정상으로 분류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사업자지만 전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세금계산서를 위조한 것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대출모집인들이 개입하기도 한다. 저축은행의 심사 담당 직원은 ‘작업대출’임을 알면서도 눈감아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높은 한도가 매력적이다. 사업자 주담대의 평균 담보인정비율(LTV)은 75%로 가계 주담대(42.4%)보다 훨씬 높다.
 
부동산 PF도 마찬가지다. 분명 공정률이나 분양률이 저조한 걸 알면서도, 심사기준을 느슨하게 가져가 원활한 대출을 돕는다. 단편적으로 봤을 땐,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는 이유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업체 입장에서도, 이런 대출을 취급하면 그만큼 위험성이 커질 게 자명하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들어보면 상황을 납득할 수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각 부서 실무자들은 위에서부터 일정 수준의 실적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할당량을 감당할 여력이 되질 않는다. 따라서 작업대출임을 알면서도 ‘실적 달성’을 위해 눈을 감게 된다. 상부에는 ‘정상’으로 보고하기 때문에, 위에서는 해당 대출이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줄만 안다. 즉 관리자는 모르고, 실무자만 아는 허점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짧은 기간 동안 저축은행들이 자산을 급격하게 불려오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 ‘어두운 뒷면’인 셈이다.
 
이외에도 횡령, 성추행 등의 문제는 매달 들려오는 업계의 단골 뉴스다. 이는 모두 서두에 언급했던 “우리 업권도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관계자의 발언과 명백히 대치되는 부분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타 업권과의 차별이 명확한 예보료율 정상화 외에도 영업구역 제한 및 M&A(인수합병) 규제 완화 등은 업계의 지속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때, 성숙하지 못한 영업 행태가 적발되면 당연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자산 100조원 시대’를 단순 간판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성숙한 영업 문화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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