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반부패 운동… '비리의 온상' 전락한 반도체 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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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7-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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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조 반도체 대기금 책임·운영자 줄줄이 '낙마'

  • '반도체 선봉장' 칭화유니도 못 피한 反부패 칼날

  • 習 지원사격 '반도체 대약진'의 허와 실

최근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딩원우(丁文武) 중국 반도체 대기금 총경리, 루쥔(路軍) 전 화신투자 총재, 자오웨이궈(趙偉國) 전 칭화유니 그룹 회장, 댜오스징(刁石京) 전 칭화유니 D램사업부 회장…

7월에만 중국 당국에 기율위반 혐의로 줄줄이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모두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崛起·우뚝섬)와 깊이 연루돼 있다. 중국 지도부는 미·중 기술 전쟁 속 수년간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산업 자립 육성을 지원했지만, 맹목적 투자가 오히려 부패 등과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맨 왼쪽부터)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 회장, 딩원우 반도체대기금 총경리, 루쥔 전 화신투자 총재, 댜오스징 전 칭화유니 D램사업부 회장, 샤오야칭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 [사진=바이두]

 
65조 반도체 대기금 책임·운영자 줄줄이 '낙마'
30일 중국 공산당 반부패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당기율위)가 딩원우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하 반도체 대기금) 총경리를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중국 제일재경일보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딩원우는 중국 공업정보화부 전자신식국 국장 출신으로, 중국 반도체 대기금이 2014년 출범할 때부터 현재까지 수장을 7년 넘게 역임했다. 

반도체 대기금은 중국 정부의 국가 반도체 육성 전략 방침에 따라 출범했다. 1기(2014년), 2기(2020년)에 걸쳐 조성한 대기금 액수는 모두 3400억 위안(약 65조원)에 달한다. 조성된 기금은 그간 중국 내 100여개 반도체 제조, 설계, 패키징, 테스트, 설비, 소재 등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됐다. 

기금 조성에는 중국 재정부를 중심으로 국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 산하 국개금융, 중국연초, 차이나모바일, 화신(華芯)투자관리 등이 참여했다. 

이 중 국개금융이 지분율 22.3%로 재정부에 이은 2대 주주다. 화신투자는 국개금융이 45% 출자해 설립한 회사인데, 특히 1기 대기금의 투자 관리를 독자적으로 맡았다. 당시 국개금융 부총재였던 루쥔이 화신투자 총재를 맡았는데, 그 역시 앞서 15일 엄중한 기율 위반으로 당기율위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공표됐다. 
 
'반도체 선봉장' 칭화유니도 못 피한 反부패 칼날

중국 칭화유니그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대기금의 최대 수혜자인 '중국 반도체굴기 선봉장' 칭화유니도 반부패 칼날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당장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밤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칭화유니그룹 전 총재로 D램 사업부를 총괄했던 댜오스징도 지난 29일 엄중한 기율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댜오스징은 과거 딩원우가 공업정보화부에서 근무할 당시 함께 손발을 맞춘 동료로, 지난 2018년 5월 칭화유니 그룹에 합류했다. 

칭화유니그룹은 한때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이었다. 반도체 대기금 1기 출범 후 칭화유니그룹 산하 웨이퍼 사업에만 100억 위안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칭화유니 산하 모바일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유니SOC(紫光展銳), 메모리반도체 회사 창장메모리(YMTC) 등에도 수십억, 수백억 위안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반도체 대기금 2기도 2020년 출범하자마자 유니SOC에 20억 위안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대대적인 투자를 등에 업은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기업이며 공장에 닥치는 대로 투자해 사업을 확장했다. 칭화유니그룹 수장인 자오웨이궈에 '반도체 광인(狂人)'이란 수식어가 달렸을 정도다. 

하지만 맹목적 투자는 '빚'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칭화유니는 결국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지난해 7월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고, 경영진도 줄줄이 낙마했다. 
 
習 지원사격 '반도체 대약진'의 허와 실
중국 지도부의 반도체 분야 반부패 운동이 시작된 것도 이때쯤이다. 지난해 11월,  반도체 대기금의 유일한 운영 관리회사였던 화신투자 가오쑹타오(高松濤) 부총재가 엄중한 기율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

2014년 10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화신투자 부총재를 맡았던 그는 과거 반도체 대기금이 지문인식 회사 후이딩커지(匯頂科技) 지분을 매입하는 전 과정에 참여했는데, 당시 발생했던 내부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대기금의 회사 투자 과정에서 이익의 먹이사슬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자오웨이궈도 앞서 개인회사에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보도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사격은 '반도체 대약진'이라 불릴 정도로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각종 세제 혜택과 천문학적 자금 지원에 힘입어 기업들은 앞다퉈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예상보다 초라했다. 

반도체 대기금은 '부패의 온상'이 됐고, 각종 부작용도 생겨났다. 지난해 6월엔 4년에 걸쳐 20조원 투자한 우한훙신(武漢弘芯, 이하 HSMC) 반도체 사업이 결국 폐업 처리됐다. '반도체 사기극'이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당국의 맹목적 투자 지원만 믿고 사업을 벌였다가 엎어진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공산당이 지난 3년간 투자한 반도체 사업 최소 6개가 HSMC처럼 실패로 귀결됐다고 집계했다. 

2025년까지 중국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달성도 지금으로선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1년 12.7%에서 2020년 15.9%, 2021년 16.1%로 올라갔다. 자급률이 상승하긴 했지만 '2025년 70%'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물론 아무런 결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가 최근 7나노미터(㎚·10억분의1m) 첨단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도체 공정은 7나노부터 첨단 공정으로 분류하는데, SMIC가 미국의 제재로 극자외선(EUV)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룬 성과다. 이로써 SMIC가 글로벌 파운드리 강자인 TSMC·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기존의 5년에서 2~3년으로 단축시켰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편 중국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공업정보화부 샤오야칭(肖亞慶) 부장(장관급)도 최근 기율 위반으로 당국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 반도체 부패에 연루됐는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반도체 육성 정책을 실패로 몰고 간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샤오 부장은 공업정보화부장이 되기 전인 2016∼2019년 방대한 중국의 국유기업을 총괄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을, 2019∼2020년 반독점 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시장총국) 국장을 지냈다. 중국 공산당 핵심부인 200여명의 중앙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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