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불안, 대란민국] 배터리 중간재 중국 의존 90%...정부, 3년 후 반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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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8-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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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터리 양극재 핵심 부품인 전구체 국산화율 13.9%

  • "2025년까지 국내 전구체 캐파가 6배 정도 늘어날 것"

  • 업계, 대규모 투자나 제도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 호소

볼보자동차코리아가 5월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공개한 전기차 'C40 Recharge'(리차지)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전기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의 공급망 불안 리스크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미래자원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핵심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배터리 핵심 중간재인 ‘전구체’는 일본 수출 규제를 한 차례 겪은 뒤 국산화 대신 중국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5년을 전구체 국산화 반전 기점으로 삼고 민간과 함께 산업 생태계 육성에 나섰다. .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민관은 국내 배터리 소재 및 원료 분야 중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보통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대 소재가 결합하여 제조된다. 이 중 양극재는 전구체 다음 단계의 물질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사용된 화합물이 ‘전구체’이며 여기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되는 것이다.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수입 의존도는 국내 수요의 약 79%에 달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구체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2019년부터 해마다 90% 이상을 넘기고 있다.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수출 규제 이전에는 일본에서도 전구체를 수입해올 만큼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양극재 생산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양극재 수출이 늘어날수록 전구체 수입도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지난해 양극재 무역수지 흑자는 약 33억 달러에 달했으나 그 원료가 되는 전구체에서 25억 달러어치 적자가 발생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은 지난해에만 40억 달러 이상 전구체를 수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국내 배터리 산업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소재와 원료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탓”이라면서도 “(국내에서는) 원가절감이 우선시되다 보니 배터리 소재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육성할 여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공급망상 필수 단계인 전구체 시장을 저가 공세 중인 중국이 장악하고 국내 전구체 원료 수요도 줄어들자 산업 생태계도 변질됐다. 전구체 제작에 필요한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일부 기업은 아예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국내 황산니켈 전문 생산기업인 ‘켐코’는 일본 바이어들의 기존 대만 거래선을 조금씩 대체하면서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켐코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황산니켈 생산에 뛰어들었다”며 “일본 시장을 목표로 수출길을 열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대일본 수출 시 황산니켈에 대해 적용되는 관세 철폐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산 소재 기피 현상은 국내 업계에 수출 기회로 평가된다.

다만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황산니켈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무역 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전구체 생산이 위축되면서 내수 물량이 줄어들어 수출 외에는 판로를 찾기 어렵고, 중국이 황산니켈 수출 시 증치세 및 수출세를 부과하여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서 경쟁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재료의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전구체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원료 광물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다”며 “국내 전구체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고 양극재 기술 우위와 직결되는 전구체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구체 국산화율은 13.9%에 그쳤다.

정부는 2025년을 전구체 국산화 변곡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전구체 국산화 계획에 따라 관련 공장들을 짓고 있다”며 “2025년까지 국내 캐파(생산능력)가 지금보다 6배 정도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전구체 생산 설비를 증설해 올해 생산량 1만5000톤(t)에서 2025년 22만톤으로 확대해 자체 생산 비율을 64% 이상 높인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LG화학은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업체인 화유코발트와 경북 구미에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에 연간 55만톤의 양극재를 제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제는 핵심 원소의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며, 특히 니켈은 배터리·철강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과 직결돼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필수”라며 “최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민·관이 힘을 합쳐 장기적인 자원확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규모 투자나 제도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중이다. 배터리 산업은 소위 업스트림(원료를 통해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것) 산업으로 장기간에 걸쳐 자본이 투입돼야 빛을 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자본력은 영세한 기업들에게 진입장벽으로 남아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원 개발 추진 시 지원 가격이 상승할 때 충분한 검토 없이 급하게 투자했다가 가격 하락기에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헐값에 파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액 공제, 자금 지원, 연구개발(R&D) 펀드 조성,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며 “조달청이 배터리 시장의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대비해 직접 황산니켈을 비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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