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입지 흔들] '안팎에서 안 도와주네'…공정위 플랫폼 규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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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8-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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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초 수장 공백에 尹 정부 자율규제 정책까지

[사진=아주경제 DB]

공정거래위원회가 강하게 밀어붙인 플랫폼 규제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업무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정권 초 수장 공백이 길어진 데다가 윤석열 정부가 자율규제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추진력이 한계에 부딪혔다. 당초 계획했던 입법도 부처간 조율에 실패해 안팎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 모양새다. 
 
부처 조율 실패…'외국인 총수 지정' 입법 전면 재검토
4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었다. 지난해부터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내 쿠팡 계열회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명백한데도 총수 지정을 피하고 있는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배 가능성 등 통상 마찰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부처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이 한·미 FTA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나는지 검토가 필요하고, 외국 자본 국내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도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산업부·외교부 등과 사전 협의를 마친 후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부처 간 조율에 실패한 공정위는 산업부·외교부·기재부와 개정안 내용 및 향후 추진일정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견이 나온 상태에서 기존 안을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워 재검토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1일 대기업집단 지정에 반영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尹 정부, 자율규제 강조…'공정위 주도' 온플법 무산 수순
설상가상으로 공정위가 주도해온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온플법)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입법 규제'를 강조했던 공정위가 정권 교체 이후 '자율 규제'로 방향을 급선회한 탓이다.

온플법을 발의한 공정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온플법은 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월 발의한 온플법은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온플법이 통과되면 플랫폼 기업은 입점업체와 갑질 방지를 위한 필수 기재사항이 명시된 표준계약을 맺어야 한다.

온플법이 무산 수순을 밟으면서 정부는 대안으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을 주재로 한 '제1차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출범했다. 규제 방안은 민간에게 맡기되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규제 방안의 제도화, 관련 실태 조사 등은 정부가 맡아 자율 규제가 현장에서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갑질'에 소상공인들의 권익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도 입법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공정위만 정책 퇴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 등 디지털 경제 규범 체계 정비가 시급한 상황에서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플랫폼 분야에 대한 새 정부의 자율규제 및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기조에 따라 공정위의 기존 입법 방향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 자율규제 방안 도입에 대한 공정위의 법·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수장 공백 3개월째…공정위원장 내정은 언제쯤?
공정위 내부에서는 공정위 역점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로 수장 공백 장기화를 꼽는다. 공정한 거래질서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위원장이 없어 업무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5월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하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신임 공정위원장이 취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후보자를 자진사퇴한 이후 공정위원장 후보로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자체가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여서 공정위원장이 청문회를 통과한 뒤 임명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현재 국무회의에는 윤수현 부위원장이 참석 중이지만 대리참석인 만큼 부처의 의견을 강하게 전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주요 현안도 다른 부처에 밀리고 있다. 위원장 공백으로 업무보고가 기약 없이 연기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의 주도권을 잡았고, 법무부가 전속고발제 개선을 밀어붙이고 있어 공정위 핵심 업무가 상당부분 다른 부처로 넘어갈 수 있다.

사건을 총괄하는 사무처장과 '1심 판사'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 등 1급 보직도 위원장이 결정된 이후에나 채워질 전망이다.

수장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승진 인사와 조직 개편도 뒤로 밀리게 됐다. 현재 다른 부처에서는 국실장급 인사를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과장급 인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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