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상실 교육부] 현안 쌓이는데…朴공백 메울 차관도 교육 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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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2-08-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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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전격 사퇴했다. 박 전 부총리의 경질성 사퇴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담은 학제 개편안이 사실상 폐기됐다. 이에 따라 관련 논란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교육계 현안 추진에는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장상윤 교육차관 "5세 초교 입학, 현실적으로 추진 어려워"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입학 정책과 관련된 질의에 "지금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교 입학 연령을 하향하겠다고 보고한 것과 관련해선 "하나의 제안 사항이었고, 보고 내용은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보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정책 취지 자체는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 보자는 것이었다"면서 "그 안을 계속 고집하거나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사실상 폐기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교육에 관한 국가책임 강화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얘기도 듣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만 5세 초교 입학 백지화 가능성은 앞서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감지됐다.

교육부는 이 자료에서 주요 추진 과제 중 '국가교육책임제로 교육의 출발선부터 격차 해소'를 위해 △국가교육책임 확대 △방과후·돌봄서비스 강화 △학력 회복·교육결손 해소를 위한 집중 지원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중 국가교육책임 확대 부문에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있었던 만 5세 초교 입학 관련 내용이 빠졌다.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교육부는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 개편 방향을 본격 논의·추진'한다고 명시했다.

반면 국회 교육위 업무보고 자료에는 '1년 일찍 초교 진학' 등의 문구가 빠진 채 '조기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사회적 공감대 없이 추진돼 논란이 커진 만 5세 초교 입학 정책을 의식한 듯 '학부모, 학교 현장,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 방안 마련'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전날인 8일까지만 해도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입학 연령 하향' 문구가 빠진 것을 두고 "여러 내용을 축약해서 보고를 드리는 과정에서 문장이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책 폐기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박 전 부총리가 사퇴하자 교육부 입장도 달라졌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박순애 사실상 경질···임명 35일만 불명예 퇴진


박 전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교 취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윤 대통령 공약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 없던 내용이다.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제시된 초교 입학 연령 하향을 두고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교육계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학부모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성급한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철회와 함께 박 전 부총리 사퇴를 촉구했다.

거센 반발에 박 전 부총리는 지난 8일 오후 5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대통령실이 학제 개편안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수습하고자 경질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첫 장관급 경질이다. 임명장을 받은 지 35일 만, 취임일 기준으론 34일 만이다. 공공행정 전문가인 박 전 부총리는 지난 7월 4일 대통령 임명 재가를 받고, 다음 날인 5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첫 여성 부총리이자 초대 교육부 장관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았던 박 전 부총리는 불명예스럽게 조기 낙마했다.
 

차관·차관보 모두 교육 비전문가 …"리더십 부재 우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육계 현안이 가득한 상태에서 장관이 사퇴하면서 개혁 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

중장기 교육 정책을 담당할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미 출범 가능 시기(7월 21일)를 3주 가까이 넘긴 상태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국어고는 폐지하거나 일반학교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고교 체제 개편과 관련한 갈등은 해소가 필요하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에 쓰는 이른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 등을 둘러싼 논란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부금 제도 개편을 두고는 시도교육감과 교직 사회가, 반도체 대학 정원 완화와 관련해선 지방대 반발이 큰 상태다.

차기 장관 임명 전까지 교육부를 이끌어가야 할 차관이나 차관보가 교육 비(非)전문가인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장 차관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조정관실 서기관, 대통령 혁신수석비서관실 행정관, 국무총리실 기획총괄과장 등을 거쳐 국조실 사회규제관리관·사회복지정책관·사회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각 부처의 업무를 조율하는 국조실에서 사회 분야 실무를 맡아왔지만 교육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이상원 차관보도 마찬가지다.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들어온 이 차관보는 기재부에서 국채과장과 재산소비세정책관, 미래경제전략국장, 복지예산심의관 등을 지냈다. 교육 행정 경험은 없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현장 경험이 전무한 행정관료들이 얼마만큼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교육청 등과 잘 협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박 전 부총리가 보여준 리더십 부재가 연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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