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물폭탄에 '차량 침수' 된 법조인들...소송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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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8-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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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등 서울 남부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법조계에 차량 침수 피해로 인한 소송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지자체나 건물주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면 폭우 발생을 예견했는지,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서초동 물폭탄'으로 차량 침수 피해를 본 법조인들이 지자제 또는 건물주 등을 상대로 소송 제기 가능 여부와 승소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보험 처리에서 나아가 소송까지 가는 사례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청구를 거절당했을 때 또는 보험사가 건물주나 지자체 등에 구상금을 청구할 때 등 크게 두 가지다.

소송을 준비하는 변호사들은 구청이나 건물주의 관리 부실 또는 설계 하자 책임 등 엄격한 조건이 충족되면 공동 소송의 실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 A씨는 서초구 한 호텔에 주차를 했다가 차량 절반이 빗물에 잠겨 아예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A씨는 "차는 사실 새로 사야 할 판"이라며 "일단 서초구와 호텔, 주차관리업체 등 3곳을 상대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 호텔 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차량들이 물에 잠겼다. [사진=변호사 A씨 제공]

A씨는 주차장 입구에 모래포대 등 빗물을 막을 수 있는 장치만 설치했어도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주차관리업체는 차주들 전화번호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차주들에게 기본적인 연락 정도는 했어야 했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도로 위에서 차량 침수 피해를 본 또 다른 변호사 B씨는 지자체에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B씨는 "천재지변 성격도 있기 때문에 결국은 지자체가 이 사태에 대비를 어느 정도 했고,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어느 정도 조치를 미리 취했는지가 인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물주나 주차관리 책임자에 대한 소송은 천재지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중호우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에 배수시설 완비 등 과실 비율을 따져서 어느 정도 보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이윤우 변호사(청백 공동법률사무소)는 "이번 폭우와 같은 천재지변은 보통 자차보험에 가입된 차주에 한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며 "만약 보험 처리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주차장 관리책임자에게 손해를 물어야 할 것인데, 천재지변 폭우는 손해에 대해 전체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결국 침수된 해당 주차장 배수시설 완비 여부 등 과실 비율을 따져서 그에 해당하는 한도 내에서 보전이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상대 주민들과 보험사 간 손배소···엇갈린 판결
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인한 '예견 가능성'과 이에 따른 '예방 조처' 여부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가 갈렸다.

2011년 사망자 18명이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당시 대법원은 70대 노인 유족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지자체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경기 양주시에서 섬유 도매업을 하는 공장주가 침수 피해로 입은 손해를 주장하며 낸 소송에서는 양주시 측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서초구가 산사태에 대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대피 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고 봐 책임을 물었고, 경기 양주시 침수 피해는 기록적 폭우에 의해 인근 하천이 범람해 발생한 자연재해였기 때문에 침수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2016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 때도 울산시는 졌고 제주시는 이겼다. 주민 1명이 숨지고 차량 600여 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아파트 주민 400여 명이 울산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침수 피해의 주된 원인은 계획빈도를 상회하는 강우량으로 볼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제주지법은 한 보험사가 하천 범람으로 인한 주차장 차량 침수에 대해 제주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침수 사고가 예상됨에도 일반적 방호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례에 따라 일부 보험사는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김의택 변호사(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는 "홍수나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나 지자체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가 그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 예방이 가능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면 책임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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