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논란] 선·후불 결제 모두 '소비자보호' 기준 모호…'제2 머지 사태'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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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8-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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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선불충전금 시장이 간편결제 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여전히 제자리다. 제대로 된 법적 근거가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그대로 두면 결국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발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를 계기로 전자금융업자의 선·후불 결제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불 충전금 규모 느는데, 소비자보호는 뒷전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선불충전금 규모는 3조원을 넘어 최대 3조5000억원에 이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 말 전자금융업자 72곳의 선불충전금 규모는 2조9934억원이었다.
 
올해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리워드(보상) 혜택을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만큼 성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네이버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작년 말 913억원에서 올 상반기 974억원으로 60억원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쿠팡도 40억원(833억원→870억원)에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외 비송금업자인 SM하이플러스 등도 전체 규모가 2700억원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용자의 선불충전금 보호를 위한 장치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의 선불 충전금 보호조치 의무화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어서다.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로 전자금융업자가 이용자 예탁금의 50% 이상을 외부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권고하는 게 전부다. 이는 결국 지난해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의 불씨로 작용했다.
 
이를 막고자 국회에서는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에 신탁하도록 강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째 공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비송금업자에 대한 보호 비율도 10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관리 측면에서도 허술함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현행법상 선불충전금 관리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업체는 운용 및 관리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는 자칫 운용 실패 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고 이 경우, 지급 불능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선불충전금 별도 계좌 관리, 보험 가입, 파산 시 보호 대책 등을 법적으로 마련해 둔 상태다. 영국은 전자화폐발행자 외에 다른 채권자가 선불충전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함께 두고 있다.
 
선불충전금에 대한 기준도 좀 더 명확하다. EU와 영국은 모든 전자형태의 지급수단을 전자화폐로 규정해 적용 범위를 확실히 나눴다. 반면 우리나라는 2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되는지 여부를 적용 기준으로 해 모호한 측면이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불충전금은)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시장으로,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반면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적 보호장치는 턱없이 부족해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불결제, 취급 기준 명확히 해야
이를 계기로 전자결제업자의 선·후불 결제 취급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체제에선 ‘후불결제(BNPL)’의 취급 시점 등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BNPL을 도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선불 잔액이 부족한 상황에 대한 일종의 대비 장치’로서의 성향이 매우 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완 다르게 선불 잔액이 없는 상태에서도 후불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신용공여로서 신용카드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바로 이 부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불결제는) 최소 1원 이상의 선불 잔액이 있을 때 부족한 부분을 메우게 하는 식으로 강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만약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후불결제도 신용카드와 같은 규제를 적용받으며 동일하게 다뤄져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만약 이 형태대로 시장이 커지면, 연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다중채무자의 ‘관리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빅테크가 BNPL을 취급할 때, 별도의 정보 공유 의무를 두지 않았다. 일반적인 금융사의 대출이나 신용카드 대금의 경우 5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했을 때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연체 정보를 등록, 여신 사업자 간 정보를 공유하게 한 조치와 다르다. 이는 즉, 사업자 간의 연체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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