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현대·기아차는 어쩌다 미국 10대들의 먹잇감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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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8-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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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틱톡서 차량 절도 영상 유행...주요 타깃 '현대·기아차'

  • 훔치기 쉬운 설계상 결함이 원인...소송 나선 차주들

  • 현대·기아차 미국 법인 "도난 방지 키트 제공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에서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차량 절도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현대와 기아 차량이 절도범들의 주요 표적이 됐다. 도난 차량 중 절반 이상이 현대·기아 승용차인 수준이다. 일각에선 '훔치기 쉬운' 설계상 결함으로 인해 현대·기아차가 절도범들의 먹이가 됐단 주장이 나온다.

18일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틱톡과 유튜브에서 '기아 보이즈(KIA boyz)'라는 제목의 영상이 확산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차량 절도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기아 보이즈란 기아 차량만을 골라 훔치는 10대들을 뜻한다. 해당 영상에서 10대 절도범들은 자동차 키를 꽂는 곳의 플라스틱 커버를 벗겨낸 뒤 USB 충전 케이블을 키처럼 사용해 시동을 걸 차량을 훔쳐 달아난다. 이들은 훔친 차량을 마치 놀이기구처럼 타며 곡예 운전을 한 뒤 길거리에 버려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USB 충전 케이블을 키처럼 사용해 시동을 건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FOX 2 Detroit 방송화면 갈무리]

현대·기아차가 절도범들의 먹잇감이 된 이유는 일부 차종에 엔진 이모빌라이저(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란 자동차 키를 꽂는 곳에 특정 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같은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2021년 11월 이전에 생산된 현대·기아차는 엔진 이모빌라이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절도범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런 취약점 때문에 현대·기아 승용차가 절도범들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아 보이즈가 처음 유행한 것으로 알려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는 도난 차량 10대 중 6대 이상(66%)이 현대·기아차였다. 이는 지난해 대비 2500% 증가한 수치다.
 

틱톡에 올라온 기아 보이즈(KIA boyz) 영상 갈무리 [사진=틱톡]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기아차 차주들 사이엔 차량 도난을 피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핸들 잠금장치를 설치해 절도범들이 차를 운전할 수 없도록 하거나 주차할 땐 차고나 조명이 밝은 곳에 세워두란 식이다. 현대·기아차도 절도 범죄 확산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현대·기아차 미국 법인은 "당국과 협력해 차주들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지원하고, 도난을 방지하는 보안 키트를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주들은 현대·기아의 설계 결함으로 차량이 도난당했다며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주리, 캔자스 법원 등에 잇따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특히 차량 절도 범죄가 미국 전역에 걸쳐 발생한 만큼 집단소송이 다른 도시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틱톡을 중심으로 기아 보이즈 영상이 퍼져나가자 틱톡 측은 "이는 우리 정책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플랫폼에서 발견될 경우 바로 삭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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