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中企 수차례 호소 외면하던 정부, 규제 개혁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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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8-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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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는 8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기중앙회]

#1. 대형조선소 협력업체 A사는 최근 다른 도크 선박에서 발생한 사고로 15일간 작업이 중지되면서 수억원의 손실을 봤다. 고용노동부가 조선소 전체 도크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다. 이 기간 동안 조선소 근로자 2500여명이 일을 못해 생계를 위협받았고, 조선소 전체에 총 25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2. 국내 조명업계는 내년부터 연간 265억원의 환경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내년 1월 1일부터 업체가 생산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일부를 의무적으로 회수 및 재활용하도록 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업체들의 부담 금액은 업계 전체 연간 영업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지난 17일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나온 규제 애로 사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환경부‧국토교통부‧식약처‧농림축산식품부‧고용부‧국세청 등 규제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규제 관련 중소기업인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환경·노동·인증·검사 등 각 분야별 다양한 규제로 인해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규제 대응 역량이 낮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변변치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범정부적으로 중소기업계의 규제 애로를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각 부처에서 중소기업계의 목소리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이 자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중소기업계가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정부에 전달하려 해도 공무원의 소극 행정으로 한계에 부딪힌 사례도 있었다. 
 
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에서는 LED조명의 EPR 제도 도입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려 수차례 환경부에 목소리를 냈으나 환경부는 듣지 않았다. 이복덕 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해에만 환경부에 10여 차례 간담회 및 공청회를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규제 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진전이 있으리란 게 중소기업계의 기대다. 이 이사장도 “윤석열 정부에서 (규제가) 계속 이슈가 되니 환경부가 마지못해 지난주 처음으로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규제’를 9차례 언급하는 등 연일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 개혁을 외쳐도 각 부처에서 현장을 외면하면 현실화 가능성은 요원하다. “중소기업의 사정을 헤아려 달라”며 울부짖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이번엔 부디 정책 일선에 가닿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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