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방선거 논란 규명, '결국엔 태산명동에 서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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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전북취재본부 취재국장
입력 2022-08-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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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연루 브로커만 실형…정재계 인사는 빠져

  • 여론조사 조작, 장수군서만 실체 규명…완주 등 타 지역은 무풍지대

  • 전북도 자원봉사센터 이용한 선거 개입 수사만 '일사천리'

전북경찰청 전경[사진=전북경찰청]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한 실체 규명이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론의 따가운 지적에 따라 경찰 등이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섰음에도, 가핵심이자 관심 사항인 정재계 인사의 연루 의혹은 밝히지 못했을 뿐더러 특정 지역에서만 수사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장 브로커 사건
전주지법 제11형사부(노종찬 부장판사)는 이달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선거브로커 A씨와 B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1년 정도 앞둔 지난해 5월경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접근해 시장 당선시 건설사 사업권과 전주시 인사권 일부를 달라고 제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 전 예비후보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전북경찰은 브로커 2명을 구속·송치하고,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정치인과 건설업체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른바 ‘전주시장 브로커 사건’은 선거 브로커인 A씨와 B씨에 대한 실형선고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선거자금을 댔다고 언급한 특정 건설업체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에 대한 혐의를 찾아내지 못해서다.

권현주 전북경찰청 수사과장은 이달 9일 설명회를 통해 “경제인과 관련한 조사를 마쳤고 금융거래도 조사해봤는데, 특별한 내용이 없다”며 “돈을 수수했다면 특정 후보 캠프 쪽으로 흘러갔을 텐데 특별한 단서나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 전 예비후보의 녹취록 공개, 이어진 전주시민회의 정재계 연루자에 대한 실명 거론과 수사 촉구 등으로 수사결과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브로커 2명만 실형만 받았을 뿐 나머지는 혐의를 벗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휴대전화 요금청구서 이전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특정 지역으로 이전한 뒤 각종 언론사의 여론조사나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의혹에 대한 실체는 장수군에서만 규명되고 있다.

전북경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장수군수 후보 여론조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28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통신사 우편 청구서 주소를 기준으로 여론조사 안심번호가 추출되는 점을 악용해 실제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청구지를 집단으로 변경해 여론조사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전북지역 곳곳에서 이같은 수법을 악용한 여론조사 조작이 이뤄졌음에도, 현재까지의 수사는 장수군으로만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금 청구서의 이전을 통한 조직적인 여론조사 조작은 장수군은 물론이고, 완주군과 임실군, 순창군, 고창군 등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단체장 경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은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 마련과 함께 경찰 등 수사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돈승 민주당 완주군수 예비후보 등 4명은 지난 4월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휴대전화 요금청구서 이전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 마련과 함께 경찰 등 수사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사진=김한호 기자]

민주당 한병락 임실군수 예비후보와 양성빈 장수군수 예비후보, 이돈승 완주군수 예비후보, 최기환 순창군수 예비후보 등 4명은 지난 4월 14일  “실제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들이 통신사 휴대전화 요금청구서 주소를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현지인으로 둔갑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현재까지 완주군을 비롯한 여론조사 조작 의심이 가는 지역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지역의 전 민주당 예비후보는 “주요 후보마다 요금청구서의 조직적인 이전을 통한 여론조작이 횡행했음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고, 심지어 참고인 조사 요구도 없었다”며 “장수군에 대한 수사로 이 논란이 유야무야되는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사범 수사대 관계자는 “장수군 수사의 경우 여론조사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응답률이 50%를 넘는 등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고려해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면서도 “나머지 시·군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주군 등 여타 지역에서의 실체 규명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제22대 총선 등 향후 선거에서도 이러한 여론조사 조작이 재연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또한 향후 이같은 여론 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나 당 차원에서의 개선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 자원봉사센터 활용한 선거개입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를 이용한 불법 선거개입 의혹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전북경찰은 전 전북도 간부(구속 기소)와 전직 비서실장, 전북자원봉사센터장, 전·현직 전북도청 공무원 등 29명을 무더기로 입건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송하진 전 지사의 자택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민주당 입당원서 사본 1만여 장을 발견된 것에서 시작됐다.

공무원들이 민선 6∼8기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당원명단을 관리하는 등 도지사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경찰 수사의 칼끝이 이른바 ‘윗선’으로까지 겨누는 형국이어서, 향후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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