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엄습하는 세계 기후 재앙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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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2-08-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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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가뭄 탓에 수량 크게 줄어든 중국 양쯔강 [사진=AP·연합뉴스]

#. 허난성에 거주하는 중국인 한 여성이 슈퍼마켓에서 생새우를 구매했다. 구매했을 당시 살아서 튀어 오를 정도로 굉장히 신선한 상태였지만 새우가 집으로 가는 길목에 일부가 익은 듯 붉게 변해있었다. 그는 "들고 오는 동안 뜨거운 바닥에 봉지를 몇 초 동안 내려놨고 전기자전거 뒷좌석에 올려놓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불과 이틀 전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웨이보를 달군 이슈다. 해당 이슈는 이날 중국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유례없는 폭염으로 이같은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은 이상 기후로 이례적인 폭염과 가뭄, 폭우를 동시에 겪고 있다. '대륙의 젖줄'이라는 양쯔강이 말라 80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고, 폭염으로 인한 전기 공급 중단과 이로 인해 공장 중단도 길어지면서 전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비단 중국 문제만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유럽에서는 '독일의 젖줄'로 불리는 라인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이 말라가면서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이탈리아 등 각국의 가뭄 피해가 500년 만에 최악을 향해 가고 있고, 미국도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닥뜨린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져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으며,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후학자들은 "이상 기후가 빈번한 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1.1도 상승했는데, 국지적으로 온도 차가 벌어지면서 더 극단적인 날씨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가 기후 변화 대응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세계 각국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흡수하거나 제고하는 탄소 중립 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30년까지 탈(脫)탄소 예산을 2조 달러(약 2686조원) 투입하기로 했으며 독일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입법화를 추진하는 등 탈탄소 관련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 2020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신에너지 산업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22일엔 중국 하이난성이 중국 지방정부로서 최초로 2030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금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 속도보다 '기후 재앙'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1~6월이 1880년 이후 5~6번째로 더운 기간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6월이 역대 가장 더웠던 2015년 같은 기간과 비슷하다며 올 6월을 가장 더운 달로 꼽기도 했다. 중국도 22일까지 11일 연속 고온 적색경보를 유지하기도 했다. 고온 경보가 이토록 오래 이어지는 상황은 1961년 관측 이래 처음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등에서는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2100년이 되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2.1도 오를 것이라고 했다. 

지구온난화로 예상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점점 일상이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인류는 재앙이 얼마나 눈앞에 와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최근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이유로 미국과 기후변화 협상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구가 빠르게 파괴되는 현실 앞에서 국가 간의 경쟁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 본말전도(本末顚倒)의 현실을 빨리 뒤집어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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