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의 與당탕탕]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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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2-09-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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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당은 '사법의 정치화'로 고약한 외통수에 걸렸다."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가) 당헌·당규의 빈 곳을 파고들어 '정치의 사법화'를 야기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연일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두고 일각에선 '사법의 정치화'라고 비판했고, 다른 한쪽에선 '정치의 사법화'라고 지적했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여야 간 합의가 불가능해지면 검찰이나 사법기관에 고소나 고발부터 제기하는 것을 의미해왔다.

반면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부가 법에 따라 판결하지 않고 정치적 고려를 해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해 사법권의 독립이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법원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의 인용을 두고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부로 가져갔다"고 비판하는 사람과 "사법의 영역이 정당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나온다. 같은 사안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 셈이다.

결국 핵심은 정치가 본연의 임무인 갈등의 조정 및 해결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법의 잣대로는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는 정치의 영역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들이 과연 갈등을 조정하려는 의지를 보였는지는 의심스럽다.

이 전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이후 오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이 몸담고 있던 정당을 공격하고 있고, 당 지도부는 소위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잡기에 급급해 이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눠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지만 국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코로나19와 폭우 피해, 높은 물가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국민의 눈엔 정권을 도와 국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의 내홍이 달갑지 않다.

민심을 외면한 채 정치를 사법의 영역에 밀어 넣어 놓고,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하며 사법의 정치화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 엄중한 현실 속에서 갈등과 반목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치는 정치의 영역에, 사법은 사법의 영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이제는 정말로 누군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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