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기적인 자연소멸을 유도해야 할 반지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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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2-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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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옥탑방이 나름대로의 낭만을 가진 장소로 묘사된다. 해가 지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친구들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거나 때로는 고기도 굽는다. 언젠가는 저 밖에 보이는 다른 곳으로 옮겨갈 꿈도 갖는다. 옥상이다 보니 채광이나 환기 문제는 없다. 계절에 따라 심히 덥고 춥긴 하지만 영상에서까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건축물의 최하층인 반지하가 낭만적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반지하가 갖는 상징성은 옥탑방의 그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주거환경으로서 갖는 장점은 찾아보기 힘들고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풍이나 채광, 습도, 먼지만 봐도 그렇다. 다만 장점이 있다면 면적 등 동일 조건의 주택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반지하를 택하면 방과 거실이 분리되거나, 소가족이라면 각자의 방을 가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상급지로 거주지역을 바꿀 수도 있다.

반지하에 대한 정의는 지하층을 거실로 사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건축물 바닥이 지표면 아래이면서 바닥에서 지표면까지의 평균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 이상이면 ‘지하층’, 건축물에서 거주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은 ‘거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반지하는 남북한의 대치라는 우리 사회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처음에는 방공호 등의 목적으로 의무화된 반지하는 본래 주거용도가 아니었지만, 대도시의 주택수요 증가에 주택으로 사용되면서 1984년의 주택법 개정을 통해 환기와 채광을 가능케 했다. 다만 아파트 지하층은 양성화되지 않았다.

지난 여름의 집중호우로 반지하 주택이 이슈가 되면서 서울에서만도 그 규모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새삼 부각되었다. 적어도 근래에는 주거공간의 대부분이 땅속에 들어선 사회통념상의 반지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치로 집계된 증가물량의 상당수는 경사지형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반지하로 분류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경우에는 각 자치구들이 가급적 반지하가 있는 건물의 신축허가를 내주지 않았거니와, 설계단계에서 주차면적을 충족하기 위해 1층을 벽면 없이 기둥만으로 계획한 필로티(pilotis) 구조의 건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지하라는 주거형태가 도입된 시기와 이후의 사회상황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반지하를 없애자는 논의는 긍정적이다. 다만 법령 등을 개정해 반지하의 신규공급을 차단하는 수준과 달리 기존의 반지하를 당장 비주거용으로 바꾼다는 식의 접근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반지하라면 임대주택과 임차인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 손쉬운 대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도 거주지역이 바뀌면서 통근거리가 멀어지는 상황 등은 원치 않는다. 지역마다 임대료가 다른 상황에서 적정한 지원금의 규모를 책정하는 것도 어렵다. 공공이 기존의 반지하를 매입해서 용도전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임대주택의 소유주에게 반지하의 주거사용금지란 재산권 문제가 된다. 반지하를 자가로 보유하고 실거주하는 사람들도 간과할 수 없다.

때문에 반지하 주택은 장기적으로 자연소멸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후 지역의 개별 건축물이 신축되는 단계에서 위험도가 높은 반지하 유형을 불허함으로써 신규공급을 막고,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 과정에서 많은 호수의 반지하가 멸실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시간은 더 소요되더라도 반지하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렇지만 이번 반지하 논란의 단초가 된 수해예방 같은 문제는  배수처리시설과 용량확보처럼 지자체와 정부에서 다룰 부분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개별 건축물 단위에서 사전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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