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尹은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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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9-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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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이 우리 뒤통수를 쳤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한국산 차량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재계와 정계 등 곳곳에서 미국을 향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쏟아져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현대차 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석 달 만에 약속을 뒤집었다는 데 대한 공분이다.
 
문제는 배신감과 뒤통수를 거론한다고 한들, 미국이 눈 깜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를 더 노골적으로 외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도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12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 본토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며 미국 가정에 보급되는 (의약품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의약품 위탁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프렌드 쇼어링’(동맹국 간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며, 우방국 간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짜야 한다고 외치지만, 빈말로 느껴지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알 수 있듯,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미국의 독주’에 가까워 보인다. 전 세계 곳곳에 만연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뿌리 뽑고, '메이드인 USA'를 공고히 하는 데 심기일전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과학법을 언급하며 “우리가 미국 공장에서, 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미국 제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심 광물과 함께 전기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 지능(AI)과 같은 특정 기술 영역을 지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만 강조했을 뿐이다.  
  
세계화는 소련의 붕괴, 미국을 넘보던 일본 경제의 몰락, 중국의 WTO 가입 등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질서에 제동을 건 지금, 세계화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가치가 됐고, 미국은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세계화를 끝내고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했다.
 
한국 정부는 이달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달 하순 한국을 방문한다. 9월은 윤석열 대통령의 통상 외교 역량에 대한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친구 아이가!’ 식으로 동맹을 강조해봤자, 중국 잡기에 혈안인 미국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윤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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