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쏜 글로벌 진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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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9-1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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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1년 4월 IT시장조사기업 IDC는 올해 전 세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 규모가 2383억 달러(약 328조원)에 달하고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6.0%씩 늘어 3199억 달러(약 440조원)가 된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 7월 경영컨설팅기업 맥킨지는 "SaaS 시장이 이미 3조 달러(약 4127조원) 규모를 형성했고 오는 2030년까지 10조 달러(약 1경3755조원)에 이른다"는 좀 더 과감한 예측을 내놓았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장한 SaaS 기업 100곳 중 매출 규모가 1억 달러쯤 되는 회사의 매출 증가율 중앙값은 2021년 중반께 이미 22%에 달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SaaS로 전환 바람이 불면서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 움직임은 2010년 초부터 시작됐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최근 3년 사이에 급격하게 진행됐다. 기업들이 원격·재택근무 체제를 시행하고 직원들에게 외부 인터넷으로 일하게 하면서 화상회의, 전자결재, 그룹웨어, 비용관리, 인재관리 등 업무용 SaaS 수요가 급증했다.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스노플레이크 등 '글로벌 게임 체인저'들이 삼성전자 등 국내에서 보수적인 대기업을 고객사로 끌어들여 큰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침내 국내 기업들이 큰 사업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동통신사, 포털사나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 안에 구축한 클라우드 서비스형 인프라(IaaS)를 공급하는 데 앞장선 반면 SaaS는 주로 업력이 짧은 중소기업이나 신생 스타트업이 주로 뛰는 무대였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긴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패키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와 유지보수, 시스템 통합(SI) 용역과 커스터마이징 업무가 결합한 전통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 모델을 유지해 왔다. 2019년 클라우드 기반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을 개발해 출시한 토종 ERP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이 비교적 선도적인 사례로 꼽혔다.

그랬던 소프트웨어 업계에 SaaS 전환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티맥스 등 20세기에 설립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올해 SaaS 사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삼성SDS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 4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 솔루션 '첼로 스퀘어' 보급에 공을 들이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년 간 공들인 화주·물류센터 연계 솔루션 '카카오 i 라스(LaaS)'를 지난 5월 선보이며 물류 Saas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야놀자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와 스타트업 '온다'는 숙박·여행 업종에서 자체 개발한 사업 운영 소프트웨어를 SaaS로 판매하고 있다.

일찌감치 SaaS 스타트업을 표방해 온 여러 국내 스타트업이나 최근 핵심 성장 동력을 찾아 이 분야에 뛰어드는 IT·비(非)IT 기업의 공통 분모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SaaS 사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은 유연한 확장, 빠르고 효율적인 수요 대응, 대규모 지출 부담을 없앤 주문형·구독형 소비 모델 등 클라우드 기술 기반 SaaS 솔루션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또한 글로벌 규모 대비 1~2% 비중에 불과한 국내 기업의 IT 분야 씀씀이를 감안한다면 국내외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것이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연적인 선택이다.

다만 체급이 다른 글로벌 SaaS 기업들과 이제 SaaS 시장에서 걸음마를 시도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대등하게 맞붙기를 바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국내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국 SaaS 기업의 수요를 키울 수 있는 협력 생태계 조성과 인력·자본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마침 국내외 주요 클라우드 IaaS 기업들이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SaaS 사업 전환 지원·협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정부도 지원을 추진 중이다. 북미가 아닌 중동·동남아 등에서 입지 확보에 나선 일부 기업의 도전도 눈길을 끈다. 한국 SaaS 기업의 약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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