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길목에 선 K-산업] 美·中에 주도권 뺏길 순 없다···전자·화학만큼은 적자나도 투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동 기자
입력 2022-09-22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글로벌 주도기업 3사, 삼성·SK·LG

  • 전자·화학사업이 전체 매출의 80~90%

  • 투자도 집중···의존도 갈수록 높아져

  • 불황 대비 건전성 유지 방안 마련해야

국내 대기업그룹이 주력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해당 산업 불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대기업그룹의 의존도가 높은 전자·화학 등 산업은 불황에도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매출 80% 이상 전자·화학·정유 사업에 의존

국내 대기업그룹은 사업에서만큼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관용구를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 LG그룹은 최근 5년 동안 전자·화학·정유 사업에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그룹은 전자 부문(전자·SDI·전기·에스디플렉스)에서만 그룹 전체 매출액(금융사 제외) 376조원 중 80.6%에 달하는 303조원을 의존하고 있다. SK그룹은 전자(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ICT 부문에서 그룹 전체 매출액 147조원 중 42.6%인 63조원가량을, 정유·화학(이노베이션·케미컬 등) 부문에서 40%인 59조원가량을 달성했다.

LG그룹도 전자 부문(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이 105조원으로 60.1%, 화학 부문(화학·생활건강)이 51조원으로 29.2%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다. 두 사업 부문을 합치면 거의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의존도는 최근 몇 년 동안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삼성그룹은 반도체 등 전자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2017년 전자 부문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는 80.2%였으나 지난해 말 기준 80.6%로 소폭 늘었다.

같은 기간 SK그룹도 ICT 부문에 투자를 집중한 결과 매출액 의존도는 36.1%에서 42.6%로 6.5%포인트 늘었다. LG그룹도 최근 5년 동안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LG실트론을 매각하고 태양광 사업을 중단하는 등 전자·화학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판단을 내려 왔다.
 

◆전자·화학 등 불황 앞두고도 투자 못 늦춰···불황에도 경쟁 치열

문제는 이들 대기업그룹이 매출액 중 80% 이상을 의존하는 전자·화학 등 분야는 불황을 앞둔 지금 상태에서도 투자를 늦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업황 악화로 적자를 보면서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반복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화학 부문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생산 설비 확충과 소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배터리사와 함께 배터리 소재 확보를 위해서도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업체가 국내 3사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어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후문이다. 향후 화학사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투자 규모를 하향 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 개발이 중요한 전자 부문도 상황이 유사하다. 그중 반도체 분야를 보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최상위 지위를 굳히고 있으나 경쟁사인 미국 기업도 신속하게 기술 개발·생산 설비 확충을 진행하고 있어 투자를 등한시할 수 없다. 이에 삼성과 SK는 각각 평택캠퍼스와 용인클러스터를 건설하는 등 여러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도 LG가 OLED 중심인 디스플레이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가전 분야에서는 중국 등 경쟁자와 기술 격차가 반도체보다 좁혀진 상황이라 더욱 신속하게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그룹은 주력 사업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기에 비주력 사업을 같이 육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불황이 오더라도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 향후 '운용의 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투명 OLED [사진=LG디스플레이]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