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못 펼쳐보고..."…눈물바다 된 대전 현대아울렛 유가족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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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22-09-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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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내 아들이 이렇게 가려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건 아닐 텐데..."

지난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로 숨진 채모씨(35)의 빈소에는 적만만 감돌았다. 

가족 중 먼저 경찰로부터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넋을 놓은 듯 몇 시간 째 멍하니 허공만 쳐다봤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채씨는 백화점 주차요원, 각종 마트 아르바이트에 택배 상하차, 운전기사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채씨 아버지(67)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돈 벌어서 컴퓨터 그래픽디자인 쪽 진로를 찾는 게 꿈이었던 아들이 대전시내 마트라는 마트는 다 거쳤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아들을 보는데 팔과 어깨가 잔뜩 응크러져 있었다"며 "내 아들이 이렇게 가려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건 아닐 텐데,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던 건 아닐 건데…"라며 오열했다.

채씨 누나는 "동생과는 따로 사고 동생이 워낙 바빠 평소 연락이 잘 안 됐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황망하기만 하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또 추석 연휴에 본 채씨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친척들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채씨 삼촌은 "조카가 새벽 근무로 잠도 못자고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다. 불이 나기 전에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 뉴스를 보고 '잘 나왔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억울해서 어떡하냐"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충남대병원에 안치된 30대 이모씨는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아울렛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에 취직해 방재실에서 근무하며 소방시설 등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근무를 하던 이씨는 이날 오전 9시에 퇴근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삼촌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이 결혼하자 혼자 계실 아버지가 걱정돼 독립도 미룰 정도로 가정적인 아이였다”며 “삼촌이나 고모들에게도 참 잘해서 딸처럼 살가운 아들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이 일하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자격증도 따고 열심히 준비했다. 이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대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사망자 50대 이모씨의 빈소에서도 유가족들은 갑작스러운 고인의 죽음에 경황이 없는 모습이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보내야 하는 아내는 연신 울면서 "내가 (남편을) 일찍 출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어"라고 말하며 본인을 탓했다.

지난 26일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에서 발생한 화재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7명 중 남성은 6명, 여성은 1명이다. 유성선병원과 대전보훈병원에 각 2명, 을지대병원과 충남대병원에 각 1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중상자는 방재실 직원인 40대 남성으로서 화재 발생 후 대피 안내 방송을 하며 다른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내다 본인은 미처 탈출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상을 입은 40대 남성은 병원 이송 중에 심정지가 왔고 CPR(심폐소생술)을 통해 자발순환회복이 됐지만 아직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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